NC는 창원 팬들을 외면하지 못했다. 고심 끝에 의리를 지킴으로써 명분을 확보했다. 그러나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잡기는 어려워졌다. 창원을 믿고 흔쾌히 공탁한 예치금 100억 원은 날아갈 위기다.
창원시의 극적인 ‘반전쇼’는 없었다. 예정대로 진해육군대학부지에 야구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창원시는 30일 오전 공식 발표를 통해 “진해육군대학부지는 야구장 건설 공기 지체와 상대적 접근성이 약점으로 드러났지만 해군과의 협의와 향후 도로 완공 및 개설 계획 등으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향후 스포츠 지역 균형발전의 가치를 장점으로 내세웠다.
거창한 청사진을 드러냈지만 명확한 실체는 없다. 또한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취약점이 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공기 지체와 접근성이다. 둘 다 문제지만 특히 접근성은 심각한 수준이다. 향후 도로 개설 등의 전제를 달긴 했으나 현 시점에서는 낙제점에 가까운 부지임을 그들 스스로 부정하지 않았다. 한편 “3단계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종합 분석 평가를 진행했다”라고 했으나 그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대학 수업보다도 못한 막무가내 행정이다.

때문에 NC의 반응이 주목됐다. NC는 창원시의 공식 발표가 있은 뒤 장시간 회의를 거듭했다. 그러나 선택은 의리를 지키는 쪽이었다. NC는 보도자료를 내고 “구단으로서는 (진해 신축) 수용에 어려움이 따른다”라면서도 “지난 2년간 땀이 밴 마산야구장에서 야구를 해 나가겠다”며 연고지 이전 가능성과는 거리를 뒀다. 오히려 작은 반전은 NC가 만들었다.
현실적으로 접근했다는 평가다. NC는 지난 2년간 창원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 팀 명칭인 다이노스 역시 창원 지역의 특유 문화와 결합된 산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연고지를 옮기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올해부터 당장 1군에 참가해야 하는 NC다. 시간이 촉박하다. 때문에 NC는 “향후 사정을 지켜보겠다”라는 단서를 달면서 창원에 남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시간을 벌면서 창원시의 앞으로 행보를 보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NC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납부한 가입예치금 100억 원은 어떻게 될까. 지금으로서는 날아갈 가능성이 높다. KBO의 한 관계자는 “2016년 3월까지 신축구장을 짓겠다는 것은 그들이 스스로 내건 약속이었다”며 수원과는 사례가 다름을 설명했다.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이상 법적으로는 KBO가 100억 원을 되돌려줄 의무가 없다.
진해에 2016년 3월까지 경기장이 지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도 거의 없다. 육군대학부지의 토지 수용은 빨라야 2014년 말이다. 토지 수용 이후에도 그린벨트 해제 등 용도 변경에 시간이 필요하다. 아주 빠르게 움직여 2015년부터 공사가 들어간다고 가정해도 1년 만에 야구장을 새로 짓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창원시의 그간 행보를 봤을 때 이 시나리오대로 진행된다는 보장 또한 없다.
예치금은 KBO가 쥐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이사회의 권한이다. 이사회에서 원칙을 지킬 경우 NC는 하소연하기가 어렵다. 유연성을 발휘해 여지를 남겨둔다 하더라도 현 결정처럼 진해에 야구장이 들어설 경우 이사회도 등을 돌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KBO 관계자는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진해가 아닌 창원이나 마산에 경기장이 2016년 3월까지 들어서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일단 KBO는 30일 오후 창원시에 또 한 번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평가기준의 공개와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요구했다. 다만 NC가 연고이전 카드를 주머니 속으로 넣음에 따라 KBO도 마냥 연고이전을 추진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NC 못지않게 답답한 처지다. 다른 구단도 난색이다. 수도권 한 구단 관계자는 “마산까지는 어쨌든 수송이나 숙박 시설 확보가 가능한데 진해는 더 힘들어지지 않겠느냐”라고 걱정을 내비쳤다.
KBO 관계자는 “NC와 보조를 맞추면서 움직여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창원시 관계자는 100억 원에 대한 질문에 “어쨌든 경기장을 짓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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