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전지훈련이 벌어지고 있는 사이판 마리아나 구장. 거인군단의 차기 '톱타자' 자리를 놓고 여러 선수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롯데는 김주찬이 KIA 타이거즈로 자리를 옮기면서 당장 1번 타자가 필요하게 됐다. 지난 2년 동안 전준우가 톱타자로 출전하는 일이 잦았지만, 홍성흔까지 빠져 나가며 타순의 연쇄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전준우는 4번 기용이 유력시되고 있다.
박흥식 타격코치는 "1번에서 칠 후보가 한 두명이 아니다"라며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황재균부터 시작해서 조홍석, 김문호까지 모두 1번을 칠 수 있다"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손아섭까지 1번에 세우는게 가능하다. 모두 발이 빠르고 타격도 기대를 해 볼만한 선수"라는게 박 코치의 생각이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가장 앞선 후보는 황재균이다. 황재균은 2할대 후반에서 3할을 노릴 수 있는 타격능력과 장타력, 여기에 주루 센스까지 갖춰 '포스트 김주찬'을 찾는 롯데에 적임자로 꼽힌다. 지난해 롯데의 팀 도루 1위는 김주찬으로 32개를 기록했고 바로 그 뒤가 황재균이었다. 그는 26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2009년(30개) 이후 가장 많이 베이스를 훔쳤다. 타격 역시 2할7푼2리로 나쁘지 않았고 홈런은 4개에 그쳤지만 51타점 42득점으로 하위타선에서 제 역할을 다 했다.
김시진 감독은 황재균이 2009년에 보여줬던 모습만 재현한다면 1번 타자는 아무 걱정이 없다고 말한다. 황재균은 2009년 톱타자로 뛰며 타율 2할8푼4리 18홈런 63타점 86득점 30도루를 기록, 호타준족다운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후로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한 번 해봤던 황재균이기에 올 시즌 당시 성적을 재현하는 건 꿈만이 아니다.
황재균이 올해 2009년 성적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김 감독은 '경쟁심'을 꼽았다. 이번 롯데 캠프에서 김 감독이 가장 강조하는 건 선수들간의 경쟁심과 투쟁심이다. 당시 황재균은 입단 동기 강정호와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김 감독은 "재균이랑 정호가 입단동기고 친구지만 서로 경쟁심도 유난히 많았다. 서로를 의식하면서 둘 다 껑충 성장했고 그 해를 계기로 핵심선수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롯데에서 황재균의 입지는 굳건하다. 황재균이 지키고 있는 3루는 난공불락이다. 황재균의 기량도 뛰어났지만 그 포지션에서 경쟁자로 꼽히던 선수들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면서 황재균은 전 경기에 출전하기에 이른다. 정훈, 손용석이 올 시즌 얼만큼 해 주느냐가 황재균의 성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하나는 본인의 다짐이다. 황재균은 "올 시즌이 정말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바로 2014년 아시안게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둬 WBC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황재균이지만 결국 실패했다. 병역문제가 걸려 있는 아시안게임이 황재균에게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황재균은 "올해 2009년만큼만 한다면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올 시즌 성적에 팀도 그렇고 내 개인도 많은게 걸려 있다. 아직 톱타자로 뛸 거라는 이야기를 특별히 들은 건 아니지만 팀이 요구하는대로 맞춰서 시즌을 준비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그 기세를 2014년까지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가슴에 품은 황재균. 겨우내 요가와 필라테스를 통해 특별한 시즌을 준비해 온 그의 성적에 롯데의 운명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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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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