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부자 포수’ 장승현, “힘들어도 재미있어요”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1.31 07: 21

한국 프로야구 31년 역사 상 첫 부자 포수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장광호 LG 트윈스 배터리코치와 그의 아들인 장승현(19, 제물포고 졸업 예정). 그동안 2세 선수는 많았지만 같은 포수로서 아버지와 아들이 마스크를 쓰고 프로에 데뷔한 것은 처음이다.
빙그레의 중심타자이자 포수로 활약했던 유승안 경찰청 감독의 아들인 유민상(경찰청, 두산)이 아마추어 시절 포수로 마스크를 쓰기도 했으나 유민상은 입단 후 1루수 전향했다. 더욱이 포수는 그들이 쏟는 엄청난 노력에 비하면 스포트라이트가 그리 크지 않은 포지션.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그 궂은 일을 선택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그만큼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가 탄탄하게 구축되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다.
184cm 84kg로 당당한 체구를 갖춘 장승현은 지난해 8월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동산중 시절부터 중심타자이자 주전 포수로 두각을 나타냈던 스카우트 경쟁 끝에 제물포고에 입학했을 정도로 인천 지역에서는 전도유망한 포수로 주목받았다. 고교 시절에도 주전 포수이자 4번 타자로 뛰었던 장승현이다.

야구 DNA를 보유한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아들 포수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장승현은 현재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 대신 경기도 이천 잔류군에 편성되어 아침 8시 출근, 오후 4시 퇴근 일정 속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30일 만난 장승현은 김진수 배터리코치의 지도 속에 포구 후 송구로 이어지는 동작을 생략하는 과정을 연신 연습했다. 몸 상태가 완벽한 편은 아니라 재활도 병행 중이다.
“생각한 것보다 프로의 훈련이 고교 시절보다 힘든 것은 사실이에요. 그래도 재미있어요”라며 웃은 장승현. 지난해 3학년으로서 모교의 호성적을 확실히 이끌지 못했고 본인도 청소년 대표팀 승선에 아쉽게 실패했다는 점을 뒤로 하고 프로 무대에서 더 큰 도전을 꿈꾼다. 최초의 부자 포수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아버지께서 너무 막연하게 큰 기대만 하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열심히 하면 분명 잘 될 것이라고 격려도 해주셨고요. 주위에서 ‘부자 포수’라는 점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하시다 보니 솔직히 부담은 좀 되네요”.
더욱이 두산은 20대 중반의 젊은 주전 포수 양의지를 보유한 팀. 그 뿐만 아니라 최재훈, 박세혁 등도 뚜렷한 기량 성장폭을 보여줬고 지난해까지 3년 째 신고선수였던 김응민도 정식계약에 성공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도유망한 포수들이 즐비한 두산에서 장승현은 냉정히 말해 5번째 포수다. 팀 내 장벽 자체가 꽤 높다.
“부담이 크지만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 발 더 뛰고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말한 장승현. 자신의 장점을 자평해달라는 질문에 장승현은 “나름 고교 시절까지는 수비에 자신 있었는데 막상 프로팀에 입단해 배우다보니 많이 보완해야겠다는 것을 느낀다”라고 답했다. 그 하나하나의 보완점을 메우고 있다는 점이 더욱 재미있다는 긍정적인 포수다.
아버지 장 코치는 1992년 태평양에 입단해 현대-SK를 거치며 주전 포수로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아니었다. 1996년 현대의 준우승, 1998년 한국시리즈 우승에 백업 포수로 공헌했으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는 음지에서 투수들을 다독이던 포수다. 1994년생으로 장 코치의 차남인 장승현은 아버지의 현역 시절을 기억하고 있을까.
“아버지께서 경기에 뛰는 모습은 사실 자주 못 봤어요. 다만 사진으로는 많이 접했지요. 아버지의 현역 시절을 기억하는 분들은 포구를 위해 앉아있는 모습이 아버지와 판박이라고 많이들 말씀하시더라고요”.(웃음)
아무리 맹타를 터뜨리는 강타자 포수더라도 본업인 투수리드와 수비에 소홀하다면 반쪽 선수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포수의 가장 우선적인 임무이기 때문. 그만큼 장승현은 “포수로서 투수를 안정시키는 리드와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특별히 어떤 선배를 롤모델이라고 점찍기보다 모든 선배들의 장점을 최대한 흡수하고 싶어요. 그래서 언젠가는 후배들에게 롤모델로 지목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올해 신인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9월 확대 엔트리 때 1군 무대를 밟고 싶습니다”. 포수 아들은 더 큰 꿈을 갖고 라이벌팀에 재직 중인 아버지 앞에 당당히 서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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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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