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성이 형이 프로 입단에 성공하는 것을 보고 희망을 갖게 되었어요. 동기 부여도 확실히 되었고 저도 1차 목표에 성공했네요”.
드래프트 미지명과 독립리그팀 입단. 50경기가 채 되지 않는 초청팀 일정을 치르면서 그는 1차 목표였던 프로팀 입단에 성공했다. 아직 더 많은 길이 남아 있으나 힘든 시작점을 뚫고 온 만큼 분명 선수로서 가치있는 삶을 살고 있다. 고양 원더스 출신으로 프로 진출까지 성공한 5인 중 한 명인 홍재용(24, 두산 베어스)은 또 한 번의 기적을 위해 달린다.
강릉고-단국대를 거쳐 지난 2011년 8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미지명의 고배를 마신 홍재용은 절치부심 끝 국내 최초의 독립리그팀인 고양 원더스에 입단했다. 대기업의 지원 속 야구를 하는 입장이 아닌지라 열악한 환경. 훈련량 많기로 소문난 김성근 감독 휘하에서 스스로를 거세게 담금질해야 했던 홍재용이다.

결과는 값졌다. “수비만큼은 1군에서도 확실히 통할 수준”이라는 김 감독의 칭찬 속 홍재용은 원더스 주전 3루수로 기회를 얻으며 45경기 133타수 36안타 2홈런 타율 2할6푼7리 26득점 21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그리고 퓨처스리그가 끝날 무렵 홍재용은 두산의 신고선수 입단 제의를 받아 자신이 바라던 프로 입단에 성공했다. 화려하지는 않았으나 뿌듯하고 내실있던 홍재용의 2012년이다.
새로운 팀 내에서도 홍재용에 대해서는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라며 성실성만큼은 확실히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아직은 전지훈련이 아닌 잔류조에 속해 더 높은 1군 진입 장벽을 넘어서야 하는 입장이다. 순박한 표정이 인상적이던 홍재용은 자신의 지난해를 돌아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프로 입성이라는 1차 목표에 성공한 만큼 뜻 깊은 한 해였어요. 아직은 신고 선수니 이제는 정식 선수 등록이라는 새 목표가 생겼습니다. 1군 무대도 밟고 싶고요. 동료들도 정말 잘 대해주고 형들도 분위기 좋게 이끌어주셔서 기뻐요. 원더스는 아무래도 한때 야구를 포기했던 선수들도 모인 ‘외인구단’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코칭스태프들께서 강력한 지도력을 발산했다면 지금은 선수들의 자율성이 좀 더 강조된 것 같습니다”.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지명 받는 이들은 한 해 전체 지원자 중 10% 미만이다. 오로지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일념 하에 뛰어온 이들에게 미지명은 청천벽력. 홍재용은 한 번의 큰 좌절을 겪었으나 원더스 입단 후 부단한 노력 끝에 1차 목표에 성공했다. 새로운 한 시즌을 준비하는 원더스 선수들에게는 좋은 본보기다.
“좌절을 겪기는 했지만 그대로 물들어 주저앉을 수는 없으니까요. 이겨내지 못하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야구를 했던 것 같아요. 김성근 감독님이요? 두산 입단이 결정된 후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꼭 잘 해야 한다. 여기로 다시 돌아오면 안 된다. 반드시 좋은 선수가 되거라’라며 따뜻한 말씀들을 해주셨어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1차 목표는 이뤘지만 홍재용의 진짜 야구인생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홍재용의 포지션인 3루는 두산에서도 ‘죽음의 조’로 불리는 치열한 각축전의 장이다. ‘두목곰’ 김동주의 원래 포지션이 3루이고 여기에는 수비 안정도에 있어서는 국내 최고급으로 꼽히는 이원석, 지난해 후반기 팀의 4번 타자로 활약한 윤석민이 있다.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좋은 송구능력을 보여주는 홍재용이지만 틈새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스스로의 기량 성장이 필요하다.
“워낙 잘하는 선배 분들이고 제 스스로도 존경하는 선수들입니다. 그러나 제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결국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저도 정식 선수로 올라설 수 있으니까요. 제 스스로 힘을 더욱 길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타력은 둘째치고 풀타임리거로도 손색없는 기본 체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식 선수 등록과 9월 확대 엔트리 등록을 노리는 홍재용. LG 입단에 성공하며 원더스 출신 첫 프로 입성 케이스가 된 좌완 이희성을 보며 희망을 키웠다는 홍재용은 1년 전 자신의 처지와 같은 원더스 선수들에게도 따뜻한 한 마디를 잊지 않았다.
“후배들도 있고 저보다 선배인 선수들도 있어요. 분명 고통이 따를 겁니다. 그러나 항상 포기하지 말고 뛰어주시길 바랄께요. 그렇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테니까요. 저 뿐만 아니라 (이)희성이형, (김)영관이형(이상 LG), (안)태영이형(넥센), (강)하승이(KIA)처럼 프로 구단에 입단하는 케이스가 점차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대부분의 팬들은 스타 플레이어들의 화려함과 이슈를 동경하고 열광하며 주목한다. 그러나 화려하지 않아도 잡초 근성으로 노력과 성공의 크기가 비례한다는 진리를 현실화하는 사람에게도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1차 목표였던 프로 입성에 성공하며 자신감을 키운 홍재용은 특유의 근성과 성실함으로 또 한 번의 기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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