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왕국 건설을 선언한 롯데 자이언츠의 선발진 윤곽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선발투수 3명은 확정된 가운데 남은 2자리를 놓고 '의자 뺏기 게임'이 벌어진다.
김시진(55) 감독은 취임 당시 "롯데에 강력한 선발진을 구축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김 감독은 "선발투수로부터 모든 게 시작된다. 선발진이 탄탄하게 만들어지면 한 시즌을 운용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면서 "선발투수가 6이닝에서 길게는 7이닝까지 책임져 준다면 불펜투수의 낭비도 적어진다. 우승에 도전하기 위한 첫 단계는 선발진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선발진 강화에 대한 의지는 여러 대목에서 엿볼 수 있다. 취임 당시 선발투수 강화를 첫 번째 목표로 내세운 것도 그렇고, 지난해 NC의 20인 특별지명 때 이승호를 놓아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당시 김 감독은 "젊은 투수를 키우기 위해 고민 끝에 이승호를 풀었다. 이승호는 선발 보다는 중간계투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아직 5선발을 확실하게 논할 단계는 아니다. 이제 막 전지훈련이 시작됐기에 김 감독의 선발진 구상이 구체화되려면 실전경기가 치러질 가고시마 캠프에 가서야 가능하다. 하지만 대략적인 윤곽은 짐작할 수 있다. 일단 선발투수 3명은 확정이다. 지난해 사실상 팀 선발진을 책임졌던 우완 송승준과 좌완 쉐인 유먼, 그리고 새로 합류한 우완 스캇 리치몬드까지 3명은 확정됐다.
이제 남은 2자리를 놓고 선발 후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정민태 투수코치는 "남은 선발 2자리를 놓고 6명이 경쟁을 벌이는 구도다. 현재 후보는 이용훈, 이정민, 김승회, 진명호, 이재곤, 고원준 이렇게 여섯 명"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6명 가운데 지난해 선발투수로 활약을 보여준건 우완 이용훈과 우완 김승회다. 이용훈은 전반기에만 8승을 거두는 등 제 2의 전성기를 열었고, 김승회는 선발 전환 후 뛰어난 이닝 소화능력을 보여주며 두산 선발진 한 자리를 차지했었다. 여기에 시즌 막판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우완 이정민과 부활을 노리는 우완 고원준-언더핸드 이재곤, 그리고 강력한 구위로 가능성을 보여준 우완 진명호가 경쟁을 벌인다.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했을 때 올해 선발 사정이 훨씬 낫다. 롯데는 작년 캠프에서 송승준과 라이언 사도스키 두 명만 믿을만한 선발 자원이었다. 유먼이 기대밖의 활약을 펼쳐 에이스로 떠올랐지만 시즌을 시작하기 전 시점에서 봤을 때는 올해 선발투수 후보들의 선수층이 한층 두텁다.
또 하나의 변수는 조정훈의 복귀 시기다. 팀 훈련에 복귀한 조정훈은 현재 순조롭게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있다. 지금은 불펜에서 하프피칭을 소화하고 있는 상황. 김 감독은 "서두를 필요 없다. 늦어도 7월에만 복귀해 선발진에서 한 자리를 차지해 준다면 바랄 게 없다"라고 말한다. 현재 조정훈은 회복 속도가 빨라 5월이면 실전 등판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조정훈이 후반기 롯데 선발진에 복귀한다면 천군만마를 얻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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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