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환 고집한 '돈의 화신' 속내는 뭐지?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1.31 08: 04

[유진모의 테마토크] 기획사와 소속 연예인의 전속계약 분쟁은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우리나라에만 있는 희귀현상이다. 우리나라는 이 싸움이 유독 잦다.
그 원인은 한 마디로 규정짓기 힘들 만큼 복잡하고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국 귀결점은 돈이다.
기획사의 경우 신인 연예인을 전속시킬 경우 가능성 하나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좋게 보면 양성이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도박이다.

따라서 전속금이나 배분수익금을 그리 많지 않게 책정한다. 왜냐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대신 투입해야 할 돈과 노력은 무한대기 때문이다.
신인 연예인의 경우도 이를 감수한다. 미래의 큰 성공을 위해서라면 당장 눈 앞의 적은 수익 쯤은 감내할 자세가 돼있기 때문이다. 성공만 할 수 있다면 자기 돈이라도 들일 처지인데 소속사에서 교육비 대고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일약 스타가 되고 나면 사정이 달라진다. 자신보다 인기가 높지 않은 연예인도 많은 수익을 올리는데 자신은 아직도 신인시절 맺은 계약내용대로 적은 돈을 배분받는다. 처음 계약 때 받은 미미한 계약금은 이미 다 써버린지 오래다. 슬슬 부아가 치밀고 자꾸 한눈이 팔리기 마련이다.
게다가 주변에서 자꾸 집적댄다. 위약금 물어주고 억대의 계약금을 주고 외제차도 내줄테니 새로 계약을 맺자고 꼬드긴다.
또 어떤 이는 왜 굳이 기획사에 수익금을 나눠주면서까지 일해야 하냐, 그냥 혼자서 해도 충분할 것이라고 부추긴다. 이쯤 되면 내면의 심지가 굳지 않은 사람이라면 흔들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이런 일이 거의 없다.
미국은 애초부터 계약관계가 확실하다. 계약서가 책 한 권 정도 될 정도로 디테일하게 세부조건이 확실해서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없다. 또한한 연예인이 어느 정도 스타가 되면 자신이 직접 오너시스템을 구축한다. 그리고 각 전문분야의 매니지먼트를 해줄 매니저들을 고용하는 형태니 분쟁이 생길 소지가 거의 없다.
일본은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탄탄하기로 유명하다. 기획사는 신인이건 기성이건 연예인을 월급제로 고용한다. 그러므로 연예인의 경우 인기의 부침이나 활동여부에 상관 없이 일정한 고정수입과 노후안정이 보장되므로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는다.
게다가 일본은 '갑'과 '을'의 관계가 매우 돈독하다. 거대 기획사들은 영화감독 방송사 PD 언론사 기자 지망생들에게 학창시절부터 장학금을 대줘 각별한 신뢰를 쌓는다. 따라서 만약 기획사를 배신한 연예인이 발생할 경우 연예계 전체가 그에게 등을 돌림으로써 설 자리를 원천봉쇄하는 불문율을 구축해놨기 때문에 이런 위험을 무릅쓰는 연예인이 거의 없다. '갑'인 제작사나 배급사와 '을'인 기획사가 사실은 혈맹관계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SM YG JYP 등 기업형 시스템을 제대로 갖춘 대형기획사를 제외한 군소기획사들은 아직도 전속분쟁의 가능성을 안고 운영하며 실제로 그런 일들이 왕왕 발생한다.
그래서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와 한국연예제작자협회라는 단체가 생겨나 이런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고 발생하더라도 합리적으로 조정해주려 노력하지만 실상은 그리 녹록치 않다. 그래서 강지환같은 경우가 발생한다.
공교롭게도 강지환은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분쟁이 벌써 두번째다. 지난 2008년 소속사와의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에스플러스라는 기획사로 옮겨 한번 분쟁이 발생한 바 있고 지난해에는 이 에스플러스와 또 전속계약 문제로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는 매니저 폭행 및 막말파문 등 비도덕적인 문제까지 거론되며 진흙탕 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에스플러스는 지난해 강지환의 연예활동 효력 정치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3억6000만원대 손해배상 및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강지환은 이에 맞서 소속사 측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배포했다며 소속사 대표이사 등 두 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연매협은 각 방송사 및 제작사 등에 당분간 강지환의 출연을 자제해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한 바 있는데 제작사 JS픽처스와 방송사 SBS는 이를 무시하고 새 주말드라마 '돈의 화신'의 주인공으로 강지환을 캐스팅하는 강행군을 자행했다.
'돈의 화신' 유인식 PD와 장영철 작가는 말썽의 소지가 있는 강지환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적격'이라는 판에 박힌 답만 냈을 뿐 분쟁과 관련된 명쾌한 답변은 내놓지 못했다.
 강지환도 제작진이 자신을 믿었기 때문에 캐스팅한 것으로 안다면서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매니저 폭행설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보도에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사실 강지환 입장에서야 지상파 방송 드라마 주인공 출연 제의를 마다할 리 없다. 그는 연기가 직업인 배우고 그 일을 해야만 돈을 벌 수 있다. 게다가 그는 전속사와 분쟁중이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다.
하지만 제작사나 방송사가 하고 많은 배우 중에 굳이 강지환을 선택한 것은 업계 관계자들을 납득시키기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연예계에서는 제작비와 수익금 때문이라고 전한다.
애초 제작비를 투자받을 수 있었던 조건이 강지환 캐스팅이었으며, 그가 출연한 드라마 '내게 거짓말을 해봐'(2011)와 영화 '차형사'(2012)의 일본 및 동남아에서의 흥행성공으로 현지수출이 보장된 것도 이유라는 것.
드라마 제작이나 방송은 순수예술 활동이 아니다.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투철한 돈의 논리에 근거한 사업일 뿐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지만 혹시라도 최소한의 상도의조차 무시한, 드라마 제목처럼 '돈의 화신'들의 '돈 놓고 돈 먹기'식 에 근거한 캐스팅이었다면 시청자들로부터 심판받을 것이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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