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베를린', 류승완의 액션 한계는 어디인가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1.31 09: 28

[손남원의 연예산책] 류승완 감독의 액션 대작 '베를린'이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당연한 일 아니냐 물으신다면, 사나이도 울린다는 감동 드라마 '7번방의 선물' 흥행 질주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역시 류승완'이라고 찬사를 보낼수 밖에 없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베를린’은 지난 30일 하루 동안 27만 835명을 동원하며 누적관객수 41만 559명으로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전날 전야상영만으로 사상 유례없는 13만명을 끌어모은 기세를 그대로 이어갔다. 23일 개봉 후 줄곧 선두를 질주하던 ‘7번방의 선물’은 이날 25만 6896명, 누적 260만명을 기록했다.
이로써 국내 박스오피스는 '베를린'과 '7번방의 선물', 2강의 격전장으로 바뀌었다. 두 영화의 1일 매출액 점유율은 무려 81.8%. 3위 '박수건달' 부터는 카운트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격차를 크게 벌이고 있다. '베를린' 42.5%, '7번방의 선물' 39.3%로 접전이다.

그 누구도 멈추기 힘들 것으로 보였던 '7번방의 선물' 독주를 '베를린'이 제지한 데는 역시 류승완 감독의 힘이 컸다. 하정우-류승범-한석규-전지현의 걸출한 톱스타들이 총출동, 연기학 개론을 쓰듯 열연을 펼친 것도 류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에서 기인했고 이들 4인의 연기 호흡은 환상적인 하모니를 연주하고 있다. 영화는 다른 무엇보다 감독의 능력이 중요한 예술 장르이기에 '명장 없는 수작'의 탄생이란 불가능하다.
사실 국내 극장가에서 액션 장르가 탄력 받은 웃음+눈물 코드의 감동물을 누르기는 쉽지않다. 액션을 선호하는 영화팬 숫자가 남녀노소 구분없이 몰려드는 감동물 수요층에 비해 제한적이기 때문.
하지만 늘 이 공식이 통용되는 건 아니다. 천만관객 '괴물'이나 잔혹 스릴러 액션 '추격자' 등 웰메이드 액션 장르 계열들은 구름관중을 몰고다녔다. 오히려 연출과 스토리, 규모의 3박자가 맞아 떨어진 액션 명작은 다른 어느 장르보다 강한 파괴력과 흡인력을 자랑한다.
‘베를린’은 살아서 돌아갈 수 없는 도시 베를린을 배경으로 각자의 목적을 위해 서로가 표적이 된 최고 비밀 요원들의 생존을 향한 사상 초유의 미션을 그린 초대형 액션 프로젝트. 류 감독이 생애 처음으로 100억원대 제작비를 투입한 블록버스터의 메가폰을 잡아 승부를 건 작품이다.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년)로 한국 액션영화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류 감독은 이후 '다찌마와 리'(2000) '피도 눈물도 없이'((2002)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 '주먹이 운다'(2005), '짝패'(2006), '부당거래'(2010) 등 일련의 필모그래피에서 액션 한우물을 팠고 일가를 이뤘다. 그로서는 자신의 연출인생에 한 획을 긋는 작품이 바로 대작 '베를린'인 셈.
당연히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선보였고 '베를린'에는 고난도 와이어 액션부터 맨몸 격투, 총격신, 폭파 장면 등 스릴 넘치는 액션들이 숨 돌릴 없이 이어진다. 이 정도 제작비로 할리우드 액션의 전범 '본' 시리즈와 맞먹는 액션물이 탄생한 것은 계약과 돈을 따지는 할리우드와 달리 아직까지도 정과 의리, 그리고 열정을 강조하는 충부로 분위기 덕을 톡톡히 봤다.
류 감독은 "내가 몸을 던져 액션 시범을 보이고 배우들이 앞장서 구르는 모습을 보고 해외 스태프들이 우리를 완전히 미치 사람 취급을 했었다"며 해외 로케 당시의 현장 분위기를 밝혔다.  그런 고생 끝에 만들어진 '베를린'의 와이어 액션은 최동훈 감독 '도둑들' 이상의 완성도와 긴장감을 선사한다.
'베를린'이 선보이는 와이어 액션신은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장면으로 13m 상공에서 와이어에 모든 것을 의지한 채 떨어지는 아찔하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배우둘과 스태프들이 의기 투합했다. 하정우의 날렵하고 프로페셔널한 액션을 예고하는 맨몸 액션 장면들은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무술감독의 치열한 연구 끝에 완성된 태권도 기반의 새로운 격술 신들이라는 게 제작사의 전언이다.
류 감독처럼 오로지 '한 놈만 죽어라 패는'('주유소 습격사건' 유오성 대사 아니던가) 장인들이 건재하는한 한국영화의 미래는 장밋빛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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