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야수 쪽보다 투수 쪽에서 일본 무대 성공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 많다”.
긴테쓰에서 10년 넘게 코칭스태프로 일했고 지난해까지 라쿠텐 스카우트로 재직했던 송일수(61, 일본명 이시야마 가즈히데) 두산 베어스 신임 2군 감독이 국내 리그 에이스급 투수들의 일본 진출 시 성공 가능성이 높음을 이야기했다.
1969년 긴테쓰에 입단, 1983년까지 선수로 활약한 송 감독은 1984~1986년 삼성에서 포수로도 뛴 바 있다. 특히 1985년에는 같은 재일교포인 에이스 김일융의 전담포수로서 25승 다승왕좌 등극에 도움을 줬고 삼성의 전후기 통합 우승에도 기여한 바 있다. 선수 은퇴 후에는 1993년부터 2004년까지 긴테쓰 불펜 코치로 일하며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오쓰카 아키노리(전 텍사스) 등 명 투수들에게도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긴테쓰 구단의 소멸 후에는 라쿠텐으로 자리를 옮겨 아시아지역 스카우트로 재직한 송 감독은 올 시즌부터 두산의 2군 감독으로 일한다. 라쿠텐 스카우트로 일하며 송 감독은 한국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는 물론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을 앞뒀던 선수들의 기량을 주도면밀하게 관찰한 바 있다. 2008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취득했던 손민한(전 롯데)에 대해 송 감독은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처럼 제구력이 뛰어난 기교파 투수”라고 평하기도 했다.
시일이 지나기는 했으나 오랫동안 일본 리그 선수들의 기량을 직접 보았고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도 함께 지켜본 송 감독은 현재 리그에서 한국과 일본의 경기력 차이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지도자 중 한 명. “최근에는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일본도 투고타저 현상이 대체로 강했다”라고 말한 송 감독은 그만큼 투수들의 일본 진출 시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내가 국내 프로야구에서 뛰던 시절보다는 확실히 경기력 수준이 높아졌다. 그 때도 몇몇 선수들은 굉장히 뛰어난 기량을 보여줬으나 지금은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체로 국내 타자들보다는 투수들의 기량이 더욱 상향 평준화되었고 그만큼 일본 리그 진출 시 성공 가능성도 높게 점칠 만 하다”.
이승엽(삼성), 이대호(오릭스) 등 거포들이 일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도 했으나 아직까지 일본 구단들은 한국 타자들에 대한 잣대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승엽과 이대호는 일본 진출 이전 국내 리그에서 장타력과 정확성을 모두 겸비했다는 평가 아래 진출에 성공했으나 지금은 40홈런 타자 시대가 아니다. 메이저리그 출신 거포가 아니라면 한국 타자들의 경우는 발 빠른 중장거리형 5툴 플레이어 쪽을 더욱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투수의 경우 자체 기량으로도 일본에서 어필할 능력이 충분한 선수들이 많다는 송 감독의 이야기다. 구체적인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팀의 에이스급 투수들이라면 일본에서도 충분히 승산있는 선수들이라는 의견을 밝힌 송 감독이다.
“특히 선발 투수의 경우는 오히려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본은 6선발 체제라 1주일에 한 번 씩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검증된 기량과 함께 한결 여유 있는 자기 관리가 바탕된다면 한국 투수들도 충분히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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