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를린'(류승완 감독)이 한국액션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호평 속에 상영 중인 가운데 영화를 본 관객들 중에는 하나의 작은 아쉬움(?)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있다. 바로 주인공 하정우의 '먹는 신'이 없다는 것.
하정우는 워낙 맛있게 먹는 연기로 유명하다. 영화 '황해',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시대'에서 선보인 '먹는 연기'는 저절로 보는 이들의 입맛을 돌게 했다. '황해'에서 김, 감자, 핫바 등을 먹는 신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으로 개그맨 남희석 등에 의해 패러디되기도 했다.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는 탕수육 먹기와 입을 크게 벌려 크림빵 세로로 먹기를 선보였다.
이는 인터넷에서 '하정우 먹방', '하정우 먹짤' 등을 탄생시켰고 하정우는 '먹통령'이라 불리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하정우가 사극에서 국밥을 먹는 장면을 한 번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할 정도.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이런 하정우의 먹는 연기가 없다. 이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30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하정우가 해킹을 하면서 먹는 장면이 초반부에 있다. 또 고급 레스토랑에서 아내는 접대를 하고 남편 하정우는 딱딱한 빵을 우걱우걱 먹는 신도 있었다. 심각한 상황인데 하정우가 너무 맛있게 잼까지 발라서 먹었다. 나 조차도 식당밥 안 먹고 빵을 먹고 싶도록 만들었다"라며 "그러면 안되는 장면에서 자꾸 맛있게 먹으니깐 꼴보기 싫었다. 실제로 하정우가 같이 밥을 먹으면 정말 맛있게 먹는다. 아침 식사 장면도 입맛 없이 먹어야 되는데 그게 안되더라. '인간적으로 맛있게 먹지 말자'라고 하니깐 거의 울면서 '저 지금 최대한 깨작거리고 있어요' 하더라"며 '베를린'에서 하정우가 음식을 먹는 장면이 대부분 편집된 이유를 설명했다.
하정우는 이에 대해 '하정우 먹방', '하정우 먹짤' 등이 많이 퍼져 있어 의식이 되고 영화 찍을 때 먹는 장면이 있으면 '이걸 어떻게 대처해야하나' 고민이 된다고 털어놓으면서도 "그런 것들은 영화 외적으로 온라인 상으로 반응 해주시고 계속 조용히 즐겨주신다면 앞으로 영화 속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통해 먹는 신을 보여주겠다"라고 재치있게 전하기도 했다.
이는 하정우가 먹는 연기를 워낙 잘 하긴 하지만, 단순히 먹는 연기만 잘 하는 배우는 아니기에 더욱 뜨거운 반응을 얻는 것이다.
한편 '베를린'은 살아서 돌아갈 수 없는 도시 베를린을 배경으로 각자의 목적을 위해 서로가 표적이 된 최고 비밀 요원들의 생존을 향한 사상 초유의 미션을 그린 초대형 액션 프로젝트로 본격 개봉일인 지난 30일 하루 동안 총 27만 835명(영진위)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누적관객수 41만 55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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