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종영 드라마 ‘학교2013’의 문제아 오정호 역으로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낸 배우 곽정욱(22)이 “실감이 나지 않지만 서서히 적응이 될 것 같다”고 오정호를 털어냈다.
“오정호는 나와 너무 달랐다. 오정호의 행동을 정당화 하는 게 어려워서 많은 작품들을 통해 연구했었고 내 자신에 있는 비슷한 점을 찾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나는 학교 다닐 때 정호와는 반대였다. 2학년 2반에서는 김민기(최창엽 분)나 한영우(김창환 분)같이 조용히 자신의 할 일을 하는 친구였다. 그런데 오정호는 ‘학교2013’의 유일한 악역이다 보니까 어떻게 하면 악하게 보이고 시청자를 자극하고 짜증나게 할지 고민했다.”
곽정욱은 첫 등장부터 강렬했다. 반항아의 포스가 물씬 풍기는 헝클어진 머리에 날카로운 눈빛, 담임 여교사인 정인재(장나라 분)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채거나 반 친구들에 소리를 지르는 등의 설정은 시청자를 공분하게 만들었고 수많은 악플을 생성해냈다.

“극 초반에 악플 때문에 검색어에 올랐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던 부분이라 마음이 쓰이지는 않았다. 조금 더 시청자를 자극하려고 노력했다. 댓글을 보면서 시청자가 어떤 부분에서 화가 나고 정호를 미워하는지 연구했고 그 부분을 더 악랄하게 만들었다. 오정호가 왜 반항하는지, 처음에는 설명이 전혀 없었다. 언뜻 보면 이유 없이 하는 행동들이었다. 많은 시청자들이 분노했다.”
가난한 환경과 가정폭력에 늘 노출돼 있던 오정호는 그래서 행동이 거칠고 표현이 서툴렀다. 배우 곽정욱은 그런 오정호를 얼마나 이해했을까.
“오정호의 표현 방법이 잘못되기는 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반항할 수밖에 없던 이유가 나오면서 오정호도 이해받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오정호 캐릭터의 가장 큰 키워드는 애정결핍이라고 생각한다. 집 안에서 부모에 사랑을 못 받았다. 정호가 학교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건 정호에게는 맨날 술 먹고 때리는 미운 아버지지만 그래도 가족이라는 소중함이 있었던 것 같다. 정호는 자신을 때리고 힘들게 한 아버지에 결국 돌아가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 같다. ‘아버지가 다쳐서 내가 돈을 벌어야 해서 못 나올 것 같다. 나쁘게는 안 살게요’라고 하는 모습에서 아버지와 강세찬(최다니엘 분)을 향한 마음이 있었던 거 같다.”

또한 곽정욱은 ‘학교2013’이 교권추락과 학교 폭력 등에 대해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큰 반향을 일으킨 것에 “학생들 문제를 리얼하게 그려내니까 뉴스화 될 거라고는 생각 했다”며 “시나리오가 계속 바뀌었다. 초고는 내용이 더 셌다. 첫 장면부터 폭력이었다. 버스에서 끌고 나오면서 담배를 피우고 발로 차고. 선생님한테도 더 대들었다. 정인재 선생님에 주먹을 들기도 하는 센 장면이 있었는데, 완고가 나왔을 때는 줄었다”고 말했다.
특히 오정호는 계나리(전수진 분)와의 러브라인도 계획돼 있었다고 밝혔다. “처음에 오정호와 계나리와의 러브라인이 계획돼 있었다. 그 러브라인은 단순한 라인이 아니라 사건 사고와 얽힌 러브라인이라고 들었다. 다루지 못한 아이템은 임신과 낙태였다. 너무 파격적이라 못 나온 거 같다. 러브라인 없어져서 아쉽기는 하지만 괜찮다.”
하지만 곽정욱도 작품을 하며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엔딩신이 조금 아쉽다.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라 조금 더 시간이 많고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신 대본이 촬영 하루 전에 나왔다. 그날 촬영한 게 3일 밤을 새고 스페셜을 찍고 새벽 2시에 촬영한 거다. 육체적으로 지쳐있었고 날씨도 영하에 바람까지 불어서 빨리 촬영을 마치고 편집해야 해서 힘들었다.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 100% 만족은 못 했다”고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또 곽정욱은 ‘학교2013’에서 항상 같이 붙어 다녔던 친구 이이경(이이경 분)과 이지훈(지훈 분) 중 한 명만 선택하라는 짓궂은 질문에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같지만 오정호는 이이경을 더 좋아했던 거 같다. 이지훈이라는 친구는 정호에 조언을 해 주는 친구다. 그런데 정호는 사랑을 받고 싶지,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중간 중간 애드리브도 그랬다. 정호는 이경이를 더 좋아했고, 지훈이한테는 삐쳐있었다. 그걸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정호는 일단 부모의 곁에 있고, 나중에는 학교를 다시 갈 것 같다. 그리고 인재나 세찬에는 용기를 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제 정호는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수 있는 굽힐 수 있는 캐릭터가 된 것 같다”고 오정호의 미래를 예상해 본 곽정욱은 “초반에 오정호에 많은 관심이 쏠린 것에 책임감도 컸고 부담감도 굉장했다. 그런 반응에 흔들리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했다. 지켜봐주고 이해해주고 사랑해줘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 할테니까 지금만큼의 관심을 꾸준히 보내줬음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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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