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 마르코’, 아날로그 애니의 진수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01.31 18: 40

흥행에 성공한 애니메이션 영화라면 응당 붙어야 할 것 같은 수식어가 3D다.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현란한 입체감으로 무장한 애니메이션들이 매해 쏟아져 나오고 그 중 몇몇은 큰 인기를 얻으며 흥행에 성공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애니메이션들이 화려한 외양에만 집중한 채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만한 깊이 있는 캐릭터나 스토리의 부재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해양경찰 마르코’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캐릭터에 아날로그적인 기법과 소재들을 더해 앞서 말한 애니메이션들과는 차별화되는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31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공개된 ‘해양경찰 마르코’(감독 얀 라벡)는 자연을 사랑하고 정의를 수호하는 원숭이 섬의 해양경찰 마르코가 거대한 게임랜드 애니팡팡월드를 통해 원숭이섬을 차지하려고 하는 능력자 카를로로부터 섬의 주민들과 여자친구 룰루를 구출해내는 과정을 그린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이다. 극 중 능력자 카를로의 모함으로 섬주민들 사이에서 외톨이가 된 원숭이 해양경찰 마르코는 해적들의 도움을 받아 능력자의 거대한 파괴 로봇에 맞서 싸운다.
‘해양경찰 마르코’의 가장 특별한 점은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복고적인 소재들이다. 로봇이나 해적, 독재자, 거대한 게임월드 등 어린 시절 봤음직한 복고적인 소재들은 아이들에게는 신선함을, 부모 세대에는 향수와 반가움을 안겨준다. 트랜스포머의 시대에 등장한 아담한 파괴로봇, 왕따의 시대에 등장한 의리 있는 해적 친구들, 총기난사로 수 십 명이 죽는 시대에 전기 충격기와 목걸이 무기를 사용하는 착한 주인공의 등장은 순수한 ‘해양경찰 마르코’의 세계가 관객들에게 주는 따뜻한 선물이다.

이 작품은 제작 기법에서도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전한다. 포토샵, 3D 작업 등을 벗어나 모든 배경을 핸드 페인팅으로 작업해 창작자의 감성이 녹아들 수 있었던 것. 연출자 얀 라벡 감독은 자신이 유년기와 성장기 때 느꼈던 정서를 ‘해양경찰 마르코’에 담아내려 노력했고, 이를 잘 표현하기 위해 기존의 포토샵을 이용한 3D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배경을 손으로 직접 그리는 고전적인 방식을 선택했다. 작품 곳곳에서 드러나는 따뜻한 핸드 페인팅 그림체는 ‘해양경찰 마르코’의 주제만큼이나 따뜻한 감성을 전달한다.
또한 라벡 감독은 60년대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영화 속에는 50-60년대에 활발히 활동했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편곡자로 활동하던 마틴 데니(Martin Denny), 동시대 정상급 스윙 밴드의 리더였던 레스 백스터(Les Baxter) 등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주요 장면에 사용해 애니메이션 자체의 따뜻한 분위기를 배가시켰다.
이 모든 것을 연출한 얀 라벡 감독은 덴마크의 떠오르는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2008년 덴마크 국립영화학교를 졸업한 뒤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며 주목을 받았다. 노르디스크 필름 TV 재단(Nordisk Film & TV Fond)에서 주최하는 ‘노르딕 텔런트 피치(Nordic Talent Pitch)'에서 우승을 거머쥔 후, 약 4년만에 코믹 어드벤처 애니메이션 ’해양경찰 마르코‘로 정식 데뷔했다. '해양경찰 마르코’는 현재 TV시리즈로도 제작 중에 있어 애니메이션 시리즈로서의 가치를 입증했다.
한편 목소리 연기로 참여한 배우 이광수와 송지효의 연기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광수와 송지효는 예능프로그램의 캐릭터와 겹쳐 몰입에 방해가 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일각의 우려를 잠식한 채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간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성우 못지않은 이광수의 뛰어난 더빙 실력은 앞으로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자로서의 그의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볼거리 많은 애니메이션 ‘해양경찰 마르코’는 오는 2월 14일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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