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환이도 더 성장하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축하해줘야 할 일이다. 단짝 친구를 떠나 보내는 것이 아쉽고 슬프지만 지난해 팀에 많은 보탬이 됐기 때문에 좋게 보내주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인천은 지난 시즌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승리는 요원했고, 전임 허정무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 설상가상 직원들의 임금 체불에 이어 대전의 서포터즈 그라운드 난입 사건으로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첫 무관중 경기를 치르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모두가 예상치 못한 기적을 일궜다. 좀체 무승 사슬을 끊어내지 못하던 팀이 무패행진을 내달리는 무서운 팀으로 변모했다. 간발의 차로 상위리그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아픔을 딛고 일어서며 19경기 연속 무패행진(12승 7무)의 신화를 달성했다. 44경기 40실점. 16개 구단 가운데 최소실점을 기록했다. 인천의 시즌 최종 성적은 하위리그 최상단인 9위였다.

그 중심에는 국가대표 중앙 수비수 정인환(27)과 그의 '파트너' 이윤표(29)가 있었다. 하지만 팀의 주장이자 전력의 핵심이었던 정인환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북 현대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이윤표는 '단짝' 정인환의 전북행에 진심어린 축하를 보냈다.
목포국제축구센터에서 만난 이윤표는 "좋은 길을 선택했다. (전북행이) 인환이 입장에서는 축하할 일이다. 국가대표도 됐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시민 구단과 기업형 구단은 (환경이) 엄연히 다르지 않은가. 구단과 팬들을 위해 잔류했을 수도 있었지만 인환이도 더 성장하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축하해줘야 할 일"이라며 "개인적인 생각도 있었을 것이고, 지난해 팀에 많은 보탬이 됐기 때문에 좋게 보내주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단짝 친구를 떠나 보내는 나도 아쉽고 슬프다(웃음)"고 말했다.
이윤표는 이어 "인환이가 잘되는 것을 보고 나도 많이 따라가는 것 같다. 인환이보다 형이지만 많이 배운다"면서 "얘기도 자주 나누는 정말 친한 사이다. 지난해도 호흡이 잘 맞았기 때문에 최소실점과 좋은 성적이 가능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인천은 올 시즌 정인환을 비롯해 오른쪽 측면 수비수였던 이규로와 수비형 미드필더 정혁 등 주전 3명을 전북에 내줬다. 인천으로서는 고심 끝에 내린 선택이었다. 대신 중앙 수비수 안재준, 좌우 측면 수비수를 소화할 수 있는 김창훈, 공격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루 뛰는 이석현을 영입하며 전력 공백을 최소화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동료들을 만났으니 호흡을 잘 맞추고 연습도 한다면 지난해 못잖은 수비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인 이윤표는 "지난해 인환이와 나만 수비를 한 것이 아니다. (박)태민이도 있었고, 규로도 있었다. 또 미드필드의 (김)남일이 형을 비롯해 앞선에서부터 수비를 해줬기 때문에 최소실점이 가능했다. 모두가 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동료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모두의 바람인 태극 마크에 대한 꿈도 숨기지 않았다. 이윤표는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다는 것 자체가 설레고 꿈같은 일이다. 기회가 돼 인환이와 국가대표 중앙 수비를 맡게 된다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웃음)"면서 "하지만 팀이 우선이기 때문에 동계훈련 동안 훈련을 열심히 해 희생을 해야 한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한편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인천은 지난 24일부터 목포국제축구센터에서 2차 전지훈련에 돌입했다. 인천은 지난 31일 호남대와 첫 연습경기서 한교원의 2골에 힘입어 4-0의 완승을 거두며 산뜻한 스타트를 끊었다.
인천은 오는 9일까지 목포에서 4차례 연습경기를 더 치른 뒤 12일 일본 기타큐수로 떠나 최종 담금질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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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