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가 변화를 일으킨다‘.
LG 트윈스 사이판 전지훈련장에서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사이판 수수페구장에서 훈련 중인 LG 선수단은 1월 31일 색다른 훈련 일정표를 받았다. 지난 달 20일 출국하기전에 선수들이 각자 적어낸 1일 훈련 스케줄 중에서 ‘타자 김용의, 투수 신재웅’의 훈련표가 채택돼 그대로 일정을 소화하게 된 것이다.
이번 조치는 김기태 감독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다. 김 감독은 “선수들도 코치들이 어떻게 하는 지 알 필요가 있다. 선수와 코치들간 서로의 심정을 알아볼 수 있다”며 선수들의 ‘1일 코치’ 변신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동료들의 스케줄대로 훈련을 소화한 선수들은 대환영이었다. 일단 스케줄상으로 평소보다 1시간 늦춘 오전 9시 훈련장 출발에 만족해했다. 게다가 1시간 적은 훈련량까지.
김 감독이 이처럼 선수 자율 훈련표를 꺼낸 것은 약간은 전지훈련에 지쳐가는 선수들에게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였다. 선수 1일 코치는 사실 이례적인 일로 LG에서는 처음 시도된 작품이다. 코치들은 “완전히 놀자는 스케줄”이라면서 가볍게 웃어넘겼다.
1일 훈련량은 거의 비슷했지만 투수들은 굉장히 즐거워했다. 한 투수는 “다른 때는 훈련 마지막에 러닝이 있었는데 오늘은 러닝부터 하고 기술적 훈련을 하니 꼭 숙제를 먼저 끝낸 기분이다. 마음이 홈가분하다”며 신재웅 투수코치의 스케줄을 반겼다. 물론 체력단련부터 하고 기술훈련을 하다보니 나중에 조금 힘이 드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고.
훈련 스케줄표 하단에는 이날 스케줄을 짠 선수 코치의 명단과 함께 ‘변화가 변화를 일으킨다’는 격문이 눈에 띈다. 지난 10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 LG의 절박한 심정이 엿보이는 문구이다. 대변화를 꾀해서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김기태 감독의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날 색다른 훈련 스케줄도 이런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자는 LG 선수단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강도 높은 훈련속에서도 서로의 심정을 헤아리고 하나로 뭉치는 LG의 2013시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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