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이 빨리 지나가기만 바랐다".
김정우(31, 전북)에게 2012년은 악몽 같았다. 그는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거칠 것이 없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대표팀의 주전 미드필더였고, 2011년에는 상주 상무에서 18골을 넣어 뼈트라이커(뼈+스트라이커)라 불렸다. 활약을 인정받은 김정우는 2012년 전북으로 이적했다.
잘 나가던 김정우에게도 위기가 닥쳤다. 개막 직전 훈련 도중 발을 디디는 과정에서 오른쪽 발목이 꺾인 것. 당시의 부상은 2012년 내내 김정우의 발목을 괴롭혔다. 조급함에 다 낫지도 않았음에도 복귀해 중앙 수비 등 여러 포지션을 오간 것이 독이 됐다. 2012년 성적은 33경기 출전에 5골 2도움. 김정우로서는 자존심이 상할만한 초라한 성적표였다.

▲ 브라질월드컵 출전 기대 안한다
김정우는 "프로 데뷔 후 1년 내내 부상을 달고 간 건 처음이었다. 오른발이 자꾸 신경쓰여 슈팅도 못 때렸다. 또 부딪혀 다칠까봐 몸싸움도 피하게 되더라. 지난해 자체점수를 매기면 100점 만점에 50점이다. 부상도 부상이지만 말 못할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A매치 66경기에 출전한 김정우는 태극마크 욕심도 버렸다. 지난해 스페인, 카타르, 레바논, 잠비아전 때 A대표팀에 발탁된 김정우는 "엄청 부담이 됐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3-4일간 못 잔적도 있다. 이대로 경기에 나가면 폐를 끼친다는 생각에 감독님을 찾아가 미팅도 요청했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1년 반이 남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솔직히 말하면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몸과 컨디션이 올라오면 욕심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대표팀에 대한 생각을 많이 지웠다. 소속팀에서 잘하고 싶다"며 "몸도 아프고, 운동도 안되고, 욕은 욕대로 먹고,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작년에 정말 안 좋았다. 2012년이 빨리 지나가기만 바랬다"고 말했다.
▲ 2013년은 명예회복의 해
김정우는 지난해 연말에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고려대, 상무 동기생들과 만든 모임에서 함께 공을 차며 치유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2013년에는 명예회복을 노린다. 브라질 전지훈련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이를 악물고 있다. 김정우는 29일 파울리스타 1부리그 모지 미링과 연습경기에서 이승기와 함께 가장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 크루이프턴을 2차례나 선보이기도 했다.
김정우는 "지난해 몸상태가 50%였다. 지금은 70%다. 개막전 전까지 정상으로 끌어올리겠다"면서 "파비오 감독대행에게는 가슴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아 마음이 편해졌다. 파비오 감독대행은 훈련도 조절해주고 원하는 포지션 출전도 약속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면서 실점을 최대한 줄이고 공격 연결을 많이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새롭게 합류한 이승기가 돌파력이 있고 좋더라. '형이 많이 못 뛰니 네가 많이 뛰어라'고 웃으며 말했다. 박희도와 송제헌도 같이 훈련해보니 공을 잘 차더라. 공격 쪽에 옵션이 많이 생겼다"며 "지난해 11월25일 이미 우승을 확정지은 서울이 전북전 도중 단체사진 세리머니를 해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설욕할 방법은 우리도 서울전에 이기는 경기에서 골을 넣으면 똑같은 세리머리를 하는거다"고 말했다.
인터뷰 시간 동안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가 중계되고 있었다. 남아공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상대했던 김정우는 "그 때보다 지금 더 잘하는 것 같다. 받쳐주는 선수들이 워낙 잘한다. 메시는 슬슬 걸어다니다가 찬스다 싶으면 전력질주로 들어간다. 포백에 틈이 생기면 치고 들어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이드가 넓어지니 여러군데 찬스가 난다"고 말했다. 메시와 다시 붙고 싶냐는 질문에는 "체력이 딸려서"라며 웃음으로 대답했. 피나는 훈련으로 멍들고 빠져 검게 변한 그의 양쪽 발톱을 보면 진짜 속마음은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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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