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우등생' 이재곤, "먼저 간 두환이 위해 꼭 부활"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2.01 09: 08

롯데 자이언츠 언더핸드 이재곤(25)은 이번 사이판 전지훈련 캠프에서 가장 많이 칭찬을 받는 선수다. 이재곤이 불펜피칭을 할 때면 여기저기서 '볼 정말 좋아졌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들린다. 특히 주무기였던 싱커의 각도가 살아났다는 평이다.
이재곤의 불펜피칭을 주로 받아 준 강민호는 "재곤아, 볼 정말 좋아졌다. 그렇게만 던져라"고 말하고 정민태 투수코치 역시 "싱커도 좋고 퀵모션도 좋아졌다. 공이 정말 좋다"고 칭찬 일색이다. 계속된 칭찬에도 불구하고 이재곤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피칭에만 집중하고 있다.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이재곤은 가파르게 오르막을 오른 뒤 내리막이 계속됐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2010년 선발투수로 깜짝 등장, 8승 3패 124이닝 평균자책점 4.14로 활약을 펼쳤다. 경찰청에서 가다듬은 싱커가 위력을 발휘했고, 무수한 땅볼을 양산해내며 롯데 차세대 선발투수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후 2년은 부진의 연속. 2011년 중간계투로 3승 5패 56⅔이닝 평균자책점 6.35로 성적이 떨어지더니 지난해는 불과 8경기에만 등판하며 7⅔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고, 평균자책점도 9.39로 힘을 못 썼다.
부진의 이유는 싱커가 말을 안 들었기 때문. 지난 시즌을 준비하며 이재곤은 커브 장착에 나섰다. 언더핸드 투수의 주무기는 아래로 살짝 떨어지는 싱커지만 여기에 떠오르는 커브를 장착하면 효율적인 투구가 가능하다. 이재곤의 팀 선배 정대현의 주무기가 바로 싱커와 커브다.
그렇지만 커브 장착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싱커까지 힘을 잃었다. 이재곤은 "작년 공도 별로 안 좋았고, 마음도 급했던 것 같다. 마운드에 올라가서 생각이 많았고, 타자만 보며 집중을 한게 아니라 여기저기 다 보였다"고 말한다. 그렇게 1년을 2군에서 보낸 이재곤이다.
올해는 다르다. 이재곤은 "나만 잘 하면 된다는걸 이제야 알았다. 앞만 보고 던질 것"이라고 다짐한다. 이재곤이 달라진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바로 2006년 세계청소년대회 우승 멤버이자 동기인 이두환 때문이다. 이두환은 지난해 12월 골두육종으로 친구들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이두환이 힘겹게 투병을 하던 때 이재곤은 동기들과 함께 이두환 돕기에 나서기도 했다. 함께 MT를 다녀오기도 하는 등 친하게 지냈던 친구의 죽음은 이재곤에게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됐다. 이재곤은 "88년생 동기들이랑 올해 두환이를 위해서 정말 야구 잘 하자고 약속했다. 나 역시 두환이를 위해서라도 올해 무조건 야구를 잘 해야 한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부쩍 성장한 이재곤은 올해 롯데 선발투수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주무기 싱커가 살아나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한 단계 성숙했기에 부상만 없다면 충분히 활약을 기대해 볼만한 이재곤이다. 먼저 간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재곤은 오늘도 작렬하는 사이판 태양 아래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cleanupp@osen.co.kr
[스페셜 프로모션] 정통야구매거진 오!베이스볼 정기구독 Big이벤트-글러브 증정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