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계약기간 1년에 연봉 2000만 원의 연습생 신분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강승조(27, 경남FC)가 이제는 어엿한 팀의 주장으로 또 한 번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냉혹한 프로 세계에서 번외지명으로 들어온 선수가 살아남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선수가 단 한 번의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사라져가는 게 현실이다.
이제는 주장 완장까지 차게 됐지만 강승조는 “당시 나는 부산에서 유일한 번외지명 선수였다”면서 “신인 시절만 해도 내가 경기에 뛸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첫 시즌에는 운이 좋아 5경기를 뛰게 됐지만 계속 프로에 남을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았다”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포기를 모르는 노력으로 살아남았지만 위기도 많았다. 특히 이제 막 신인 꼬리표를 떼고 2년차에 접어둘 무렵 기흉으로 인해 수개월간 훈련이 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며 큰 고비를 맞았다.
그는 “사실 1년차에 보여준 것이 없는데다 몸까지 안 좋아 재계약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실업 무대로 내려갈 준비까지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맙게도 당시 그를 눈여겨봤던 황선홍 감독은 강승조에게 1년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강승조는 벼랑 끝에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피 나는 노력을 했다. 그리고 2009년 늦게 팀에 합류했지만 22경기(4골 1도움)를 소화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제 프로 6년차 선수로 성장한 그는 “연습생으로 프로에 입문해 여기까지 오면서 많은 경험을 했다. 그동안 내 미래에 대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과가 모두 좋았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2010년 부산을 떠나 전북을 거쳐 지난해 여름 지금의 경남에 둥지를 트게 된 강승조는 올 시즌 주장의 임무까지 맡았다. 이제 이적한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선수가 팀의 주장을 맡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지만 그를 믿는 최진한 감독에게 시간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당시에 내가 주장이 될 거라고 예상도 못했다. 선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감독님께서 ‘올시즌 주장이 강승조다’라고 하시길래 깜짝 놀랬다”고 회상했다.
최 감독이 이적생인 강승조를 주장에 임명한 이유는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강한 투쟁심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주장은 희생과 배려를 할 수 있는 선수가 맡아야 한다. 무엇보다 강승조는 그라운드에서 솔선수범하는 스타일이다. 자신이 한발 더 뛰고 적극적인 자세로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제 ‘캡틴 강’으로 2013시즌을 맞게 된 강승조는 “우리 팀은 눈에 보이지 않는 동료간의 끈끈한 정이 있다. 새 시즌에도 주장으로서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함께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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