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인생의 새 출발, 대전에서 시작한다".
대전 시티즌에서 새 시즌을 맞이하는 윤원일(27)과 정석민(25)의 각오가 남다르다. 좌절과 시련으로 가득했던 과거는 잊고 다시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가 새 출발에 나서는 이들의 이야기가 전지훈련지인 일본 구마모토에서 들려왔다.
윤원일은 한때 불운한 선수로 불렸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제주에 입단했으니 재능은 충분했다. 하지만 잦은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5년간 경기에 뛴 횟수가 15번. 그 사이 그의 무릎에는 칼자국이 하나 둘씩 늘었다. 데뷔 첫 해에 왼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더니 이듬해 복귀전에서 같은 부상이 재발해 쓰러지고 말았다.

이후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재활의 반복. 당시를 떠올린 그는 "부상도 실력이라지만 나에겐 너무 잔혹했던 시기였다. 강원도 산 구석에서 1년 반을 재활에 매달렸을 땐 미치지 않은 게 이상했다"며 그 때를 돌아봤다. 지난 해 어렵게 복귀했지만 주전들이 굳건히 자리매김해 있었다. 속절없이 시간만 흘렀다.
그러던 윤원일에게 희망이 찾아온 것은 지난 해 12월이었다. 대전에 새롭게 부임한 김인완 감독의 요청으로 1년 임대라는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 최다 실점에 가까운 67골을 내주며 무너진 수비를 살려낼 수 있는 적임자라는 판단이었다. 중앙 수비로 보직까지 바꾼 그는 빠른 적응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일본 J리그 사간도스와 연습경기에서는 무실점 수비로 실전 감각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켰다. 윤원일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뛰었다. 올해는 대전을 강등의 칼날에서 구하는 게 내 목표"라고 당당히 말했다.
윤원일이 부상의 늪에서 신음했다면 정석민은 그라운드에 목말라 있었다. 한때 청소년 대표로 훨훨 날았던 자신이 웬일인지 프로에서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으니 한숨이 절로 나올 만도 했다. 그는 "지난 해 제주에서 고작 3경기를 뛰었다. 내 실력이 부족했던 것도 있지만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횟수가 너무 적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석민이 대전 이적을 제의 받았을 때 큰 고민이 없이 고개를 끄덕인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물론, 대전 유니폼을 입는다고 주전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다른 경쟁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다행히 일본 구마모토에서 시작된 훈련 나흘 만에 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매 훈련마다 바뀌는 포메이션 속에서도 중원 한 자리는 그의 몫이었다.
정석민은 "아직 감독님의 신뢰를 받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백지에서 날 평가해주신다는 사실만은 믿게 됐다"며 "지금 이 위치에서 올라서느냐, 내려서느냐는 결국 나한테 달렸다. 이 사실 하나 만으로 행복하다"고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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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공동취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