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올해 전반적인 예상도 하위권입니다. 심지어 신생팀 NC 다이노스가 처음으로 1군경기에 나서는데도 최하위로 점찍기도 합니다.
한화는 에이스 류현진(26)이 LA 다저스로 떠나고 박찬호(40)는 부상과 체력이 떨어져 선수 유니폼을 벗었으며 차세대 기둥 양훈은 경찰청에 입소하고 송신영은 보호선수로 분류했더니 NC에서 데려가 가뜩이나 약세인 마운드가 한층 약화된 느낌을 줍니다.
공격력도 김태균 외에는 대형스타가 없습니다. 신임 김응룡(72) 감독이 요청한 자유계약(FA)선수들의 보강은 이루어진 게 없어 NC와 비교해도 전력이 나을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다소나마 올해 기대할만한 보강된 전력은 3년차 외국인 투수 데니 바티스타의 선발 전환과 새로 온 좌완 대나 이브랜드로 꾸려질 선발진과 잠재력이 강한 거포 최진행과 군과 경찰청에서 돌아온 김태완(28)과 정현석(28) 두명에게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문은 새롭게 짜여진 코칭스태프입니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코끼리’ 김응룡 감독을 중심으로 김성한-이종범-이대진 등코치진이 모두 한화에서 코칭스태프로 구성돼 주목됩니다. 김 감독은 한화의 올해 목표를 일단 4강으로 잡았습니다.
한화는 현재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 중입인데 김응룡 감독은 OSEN의 이상학 기자와 만나 "감독 인생 40년간 이렇게 강도 높은 훈련을 처음"이라고 인정할 정도로 맹훈련하고 있습니다.
김 감독은 마운드 문제에 대해 “어차피 류현진, 박찬호가 없다해도 신인급 투수들이 잘할 것으로 본다. 4년차 우완 이태양(23) 등 5~6명이 괜찮다.”고 밝힙니다.
송진우 투수코치도 "박찬호와 양훈의 공백은 나머지 투수들이 절대 못 메울 정도는 아니다. 충분히 메워줄 수 있는 투수들이 있다. 특히 윤근영이 지난해부터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송 코치는 또 "기존 고참 투수들도 노력하고 있다. 긍정적인 효과가 생길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물론 김응룡 감독과 해태 사단 출신들의 강한 이미지가 최근 4년간 세 차례나 꼴찌를 한 팀에서 패배주의와 매너리즘에 젖은 젊은 선수들에게 제대로 통할 지가 의문이고 코칭스태프 대부분이 오랫동안 현장을 떠나있거나 지도 경험이 부족한 점이 단점으로 지적됩니다.
그러나 김응룡 감독의 용병술은 예전부터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번 한화에서 지도자 생활을 마지막으로 여기고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의지가 강해 일반이 생각지도 않은 성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해태 시절 김응룡 감독은 에이스 선동렬이 일본 주니치로 1995년 말에 떠나고 마운드에 공백이 생겼으나 96년과 97년에 2년 연거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해 해태의 전력 약화를 걱정하던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도 있습니다.
물론 당시의 해태 전력은 선동렬이 떠나도 투수진에 조계현, 이대진, 이강철, 김정수 등과 타선엔 이종범, 홍현우 등 뛰어난 인재들이 많아 선동렬의 빈자리를 쉽게 메울 수 있어 지금의 한화와는 다릅니다.
주위의 우려를 뒤집는 성과는 김응룡 감독이 2000년 호주 시드니 올림픽에서 한국대표팀 사령탑을 맡을 때도 일본에 비해서는 약세라는 평가가 강했지만 한국은 예선과 3~4위결정전에서 일본을 제치고 동메달을 따냈으며 우승팀 미국과 준결승전에서도 심판의 고의적인 오심만 없었으면 결승 진출도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한국 대표팀의 분발은 놀랄만 했습니다.
특히 김응룡 감독은 단기전에서 빼어난 승부를 자랑합니다. 이제까지 한국시리즈에 12번 진출해 10승2패를 거두었습니다.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하위 팀의 반란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최근 잉글랜드 프로축구에서 하위 리그 팀의 분발은 세계적인 화제거리입니다. 프로 4부 리그 팀인 브래드포드 시티는 지난 달 22일 캐피털 원 컵 준결승에서 1부리그(프리미어리그)의 애스턴 빌라를 제치고 결승에 오르는 기적을 연출하더니 숫제 아마추어로 구성된 5부 리그의 루턴 타운는 프리미어리그의 노리치시티를 꺾고 축구협회(FA)컵 16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연출했습니다.
한국시리즈나 위의 캐피털 컵, FA 컵 대회는 단기전인데 비해 프로야구 리그는 장기전이어서 약한 팀이 포스트시즌에 나갈 가능성이 극히 낮지만 그래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약체로 꼽히는 팀이 장기전인 페넌트레이스를 걸쳐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사례는 제법 많습니다.
플로리다 말린스는 투자도 적고 멤버도 약한 팀으로 항상 꼽혔으나 1997년과 2003년에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 기적을 연출했습니다.
지난 해만해도 만년 하위팀으로 꼽힌 워싱턴 내셔널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선전으로 실로 오랜만에 가을 잔치에 참석해 신선한 감동을 안겼습니다.
정평이 난 김응룡 효과’가 한화에‘김응룡 기적’으로까지 번질 지 지켜볼만 합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