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정말 띵하더라".
한화 2년차 외야수 양성우(24)는 지난달 29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훈련 중 아찔한 경험을 했다. 라이브 피칭에 들어간 신인 투수 김강래의 공에 헬맷 쓴 머리를 정통으로 맞은 것이다. 맞는 순간 '퍽' 하는 소리가 날 정도의 충격. 하지만 양성우는 웃음을 보이며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후배 김강래를 안심시키며 타격과 주루까지 빠짐없이 마무리했다.
그러나 충격은 확실히 컸다. 잠시 후 외야 수비 도중 결국 쓰러졌고, 앰뷸런스 타고 병원에 다녀와야 했다. 다행히 병원 진단 결과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양성우는 이튿날 휴식일을 보낸 뒤 재개된 훈련을 변함없이 소화했다.

양성우는 "머리에 공을 맞은 건 처음이었다. 머리가 정말 띵하더라. 처음에는 괜찮은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쓰러졌다"며 "통증이 조금 남아있지만 마냥 쉬고 있을 수만은 없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나 혼자 뒤처질 수 없다. 훈련을 하는데 지장이 없다"는 말로 투혼을 불살랐다.
이뿐만이 아니다. 양성우는 매일 아침 6시에 기상, 숙소 근처를 40여분간 러닝한다. 동갑내기 내야수 오선진과 함께 처음에는 살을 빼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단순히 살 빼는 것을 넘어 하루를 조금 더 일찍 시작하며 상쾌한 기분으로 몸과 마음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만들고 있다. 고된 훈련 속에 아침잠을 떨치는 게 쉽지 않지만 강한 의지로 극복하고 있다.
양성우는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러닝을 하니까 컨디션 관리가 더 잘 되는 것 같다. 남은 훈련 기간에도 계속해서 아침 러닝을 할 것"이라며 "이렇게 러닝을 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훈련을 준비하는데 있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오선진도 "아침에 러닝을 하니 몸 컨디션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며 의견을 같이 했다.
양성우는 한화 외야진의 기대주다. 지난해 1군 45경기에서 타율 1할9푼5리를 기록했지만 도루 6개를 기록하며 기동력에서 강점을 보였다. 여기에 볼넷 15개과 몸에 맞는 볼 1개를 골라내 출루율은 3할2푼으로 타율에 비해 매우 높았다. 타격시 정확성을 높인다면 1번타자감으로 더없이 훌륭하다. 김응룡 감독도 "1~2번타자는 발도 빨라야 하지만 출루율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성우는 "캠프에 온 뒤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타격 뿐만 아니라 수비와 주루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코치님들께서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계시는 만큼 올해는 기회를 제대로 살려보고 싶다. 1군 풀타임으로 뛰면 20도루를 목표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어떤 상황에도 물러서지 않는 불굴의 의지로 캠프를 치르고 있는 양성우라면 충분히 가능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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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