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이 아주 빠를 것 같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했다. 한화 외국인 투수 대나 이브랜드는 그의 롱토스를 보고는 첫 눈에 "공이 아주 빠를 것 같다"고 말했다. 이브랜드가 말한 투수는 바로 한화 우완 '파이어볼러' 김혁민(26). 류현진(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지금, 그는 한화의 에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기대치가 높아졌고, 역할은 더 막중해졌다.
그러나 김혁민은 '에이스'라는 말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는 "이브랜드도 있고, 바티스타도 있다. 나는 에이스가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토종' 에이스라는 말에도 김혁민은 "난 아직 별로 보여준 게 없다. 에이스가 아니다"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해 말 밝혔던 15승 목표에 대해서도 "그때는 그렇게 말했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동료들은 주저하지 않고 김혁민을 향해 "에이스"라고 부른다. 김혁민의 절친한 1년 선배인 좌완 투수 윤근영은 "멘탈만 놓고 보면 오히려 혁민이가 현진이 이상이다. 작년에 혁민이와 현진이가 룸메이트를 했는데 현진이가 혁민이를 보고 두손 두발 다들 정도였다. 혁민이는 멘탈적으로 나쁜 기억을 빨리 잊을 줄 안다. 우리팀 에이스로 올해 활약이 정말 기대된다"고 이야기했다.
김혁민의 마인드나 투구 스타일이 어떻게 보면 단순하다. 막힘없이 즉각적으로 붙는다. 직선적이고 돌아가는 법이 없다. 특히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는 단순히 스피드만 빠른 게 아니다. 볼끝에 묵직하게 살아들어온다. 일본프로야구에서 8시즌을 뛴 이승엽(삼성)은 "김혁민의 공은 정말 치기 어렵다. 일본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공"이라고 극찬할 정도로 위력이 대단하다.
잠재력을 터뜨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지난 2년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32경기에서 8승9패1홀드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했다. 선발등판한 21경기 중 12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했고, 그 중 9경기가 7이닝 이상 던진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 한 번 긁히는 날에는 공략 불가 대상이다.
여기에 결정구로 포크볼이 날카롭게 다듬기 시작한 뒤로 더욱 위력적인 투수가 됐다. 강속구와 포크볼의 조합으로 완급 조절도 가능해졌다. 오랫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된 제구력도 많이 향상됐다. 과감한 몸쪽 승부를 즐길 정도로 여러모로 대담해졌다.
지난 2년은 5월 이후 선발진에 가세했는데 올해는 4월부터 선발로 시작하게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기대감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김혁민은 "아직 내가 선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종 결정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긴장의 끈을 조인 뒤 "올해 목표는 모르겠다. 기록적인 것보다는 싸움닭처럼 던지겠다"며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할 의지를 드러냈다. 새로운 에이스의 강력한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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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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