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주(45) 감독과 골키퍼 김병지(43)가 지난 시즌 하위리그로 떨어지는 굴욕을 맛본 전남 드래곤즈의 부활을 다짐하며 의기투합했다.
전남은 지난해 한 때 리그 꼴찌로까지 추락하는 등 하위리그 안에서 처절한 강등 싸움을 벌였다. 결국 전임 정해성 감독에 뒤를 이어 구원병으로 투입된 하석주 감독의 지휘 하에 1부리그 잔류에 성공했지만, 전남으로선 이래저래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성적이었다.
그래서 하 감독에게 있어 2013시즌은 더욱 특별하다. 팀을 1부리그에 잔류시키며 2년 계약 연장에도 성공한 하석주 감독은 자존심 회복을 위한 첫 번째 카드로 백전노장 골키퍼 김병지를 택했다.

마흔을 훌쩍 넘었다는 점에서 주위에선 김병지 영입을 걱정하기도 했지만 오랜 시간 김병지를 지켜바왔던 하 감독은 오히려 그를 믿었다. 하 감독은 특히 “김병지는 내가 만난 어떤 선수보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며 “지금 몸상태는 30대 초중반이다”고 말했다.
하 감독과 김병지의 인연은 20년이 넘었다. 1990년대에는 대우와 현대 두 라이벌 구단에서 활약하며 한국 프로축구 중흥기를 이끌었고, 1998년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멕시코전에서 하 감독이 한국 축구 사상 첫 월드컵 선제골의 주인공이 된 순간에도 김병지는 골문에 있었다. 2001년부터는 포항에서 함께 뛰며 하 감독의 은퇴 때까지 함께 했다.
하 감독은 후배들 사이에서 ‘의리남’으로 통한다. 선수시절 축구장에서 후배들에게 따끔한 질타와 충고를 하면서도 사석에서는 따뜻한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 김병지는 “감독님은 선수, 지도자 그리고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선배”라며 “이번 이적 때도 나를 믿고 받아준 만큼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600경기 출장기록을 세우며 한국 프로축구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김병지는 은퇴 전 700경기 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전남과 계약한 2년 동안은 깨기 불가능한 기록. 김병지는 “계약기간 2년동안 최선을 다해 1년 더 현역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하 감독은 “김병지가 오랜 경험으로 쌓은 노하우를 후배 골키퍼들에게 전수해 주기 위해 훈련이 없는 시간에도 동작 하나하나 세심히 가르쳐준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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