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둘러싼 인물들의 복합 갈등과 물리고 물리는 복수심이 한 회를 가득 채웠다. 최근 가장 핫한 콤비 제작진으로 꼽히는 장경철·정경순 작가와 유인식PD의 선굵은 드라마 제작기는 '자이언트', '샐러리맨 초한지'에 이어 ‘돈의 화신’에서도 계속됐다.
2일 베일을 벗은 SBS 새 주말드라마 ‘돈의 화신’(극본 장경철 정경순, 연출 유인식)에서는 부동산 재벌 이중만 회장(주현)이 막강한 금권을 휘두르다 자신의 심복과도 같은 지세광(박상민)과 내연녀 은비령(오윤아)으로부터 독살 당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돈의 화신’ 첫 방송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 드라마의 주소재인 돈의 막강한 위력이었다. 부동산 재벌인 이중만 회장은 아내 앞에서 일방적으로 내연녀의 편을 들어줄 정도의 돈에 의한 가부장의 권위를 무소불위로 휘두르는 인물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중만 회장은 앞서 교통사고를 내고 철창신세를 질 뻔 했지만, 자신의 운전기사를 돈으로 사 그를 대신 감옥에 보내 결국 죽음을 맞게 하는 등 ‘돈의 화신’에서 돈으로 안 되는 일이란 없었다.

그리고 이 같은 돈의 막강한 힘은 결국 인물들 사이의 첨예한 갈등과 대립을 일으키는 비극의 씨앗이었다. 이중만 회장의 후원을 받은 은비령이 그의 수하 지세광(박상민)과 연인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물론, 두 사람이 결국 이 회장을 죽음으로 몰아감으로서 강석(박지빈)이 양친을 모두 잃는 비극을 초래했기 때문. 특히 이 과정에서 과거 이 회장의 운전기사로 일하다 목숨을 잃은 이가 세광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결국 세광이 계획적으로 이 회장을 죽인 사실이 드러나 복수를 낳은 복수의 처절함을 더했다. 여기에 차후 이를 되갚겠다고 결심하는 강석의 모습이 예고편을 통해 등장하는 등 돈이 야기한 비극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돌았다.
이 같은 과정은 장경철·정경순 작가의 치밀한 심리묘사와 탄탄한 극본으로 완성되며 향후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여기에 주현, 박상민과 같은 베테랑 배우들의 카리스마 넘치는 명불허전 연기와, 오랜 연기 경험으로 아역이라는 이름표가 무색한 배우 박지빈의 호연이 보태져 ‘돈의 화신’의 복합갈등을 살아 숨쉬게 했다.
특히 장경철·정경순 작가는 극의 시작을 돈에 몰려든 똥파리로 포문을 열며 돈이 야기하는 비극성을 단번에 상징하는 것은 물론, 2011년 마늘밭에서 발견된 돈뭉치 사건을 연상시키는 건설현장에서 발견된 돈다발과, 이를 손에 쥐기 위해 인부들이 싸움을 벌이다 결국 사망에 이르는 장면을 삽입해 돈과 그를 둘러싼 인물군상의 욕망과 파멸을 그릴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
돈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탄탄한 극본과 배우들의 명품 연기로 요리해 한 회만에 시선을 사로잡은 ‘돈의 화신’이 이 같은 전개를 계속 이어나갈지, 인물들의 갈등은 과연 어떻게 충돌하고 해소될지 향후 전개에 호기심을 높인다. 더불어 '돈의 화신'이 제작진의 전작인 ‘자이언트’, ‘샐러리맨 초한지’를 잇는 세 번째 인기작으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지 또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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