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상삼, “병역특례 AG보다 WBC 좋은데"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2.03 06: 14

"몸 만들기가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다 만들어지지 않고 전지훈련에 참여하면 연습경기 철일 테니 제 스스로 다급해져 욕심이 생길 테니까요“.
한때 그는 ‘4차원’이라는 이야기도 들었고 ‘클럽 오빠’라는 선수로서 달갑지 않은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어려움을 겪고 시련을 넘어섰다. 지금은 부상으로 인해 잠시 주춤하고 있으나 긍정적인 마음으로 새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두산 베어스의 마무리 홍상삼(23)에게 부상은 마음을 더욱 강건하게 만드는 수단이 되었다.
2008년 충암고를 졸업하고 2차 3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홍상삼은 2년차 시즌이던 2009년 선발 9승을 올리며 신인왕 후보로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2010년 4승에 이어 2011년 무승에 그치며 점차 제 자리를 잃어갔다. 팔꿈치 부상도 있었고 경기력 기복으로 인해 제 구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달랐다. 선발 후보로 훈련했으나 후보군에서 낙마, 개막 첫 한 달을 2군에서 보냈던 홍상삼은 1군 호출 후 일약 팀의 필승 셋업맨으로 우뚝 서며 53경기 5승 2패 1세이브 22홀드(3위) 평균자책점 1.93으로 맹활약했다. 피안타율 1할5푼6리에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 0.98의 특급 성적이었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어려운 시점에 등판해 아픔을 겪었으나 150km 이상의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셋업맨으로의 변신은 홍상삼의 괄목상대를 이끌었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며 리그가 인정하는 투수로 자리잡아가던 홍상삼은 지난해 12월 잠실 자율훈련 도중 오른발 골절상을 당하고 말았다. 그와 함께 데뷔 첫 태극마크의 꿈은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 1월 31일 검진 결과 뼈가 붙었다는 진단을 받고 국내 재활 잔류조에 합류했으나 아직 홍상삼은 불편한 걸음걸이로 인사했다.
“부러졌던 부위를 고정한 철심이 아직 발에 계속 남아있어요. 앞으로 살아가다가 불편할 때 제거해야 된다네요.(웃음) 깁스를 하고 집에 있는데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집에 있는 것이 그렇게 힘들 줄이야. 역시 선수는 뛰고 던져야 되는 것 같습니다. 캐치볼은 해도 될 것 같은데 러닝이 아직은 안 되니 답답하지요”.
두산은 지난 시즌 35세이브(2위)를 올린 마무리 스캇 프록터(샌프란시스코)와의 재계약 계획을 철회하고 선발 요원 켈빈 히메네스를 재영입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셋업맨으로 맹활약을 펼친 홍상삼에게 마무리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마무리로서 몸 만들기는 둘째 치고 초보 마무리의 마음가짐과 지난해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겪은 난조에 대해 물어보았다.
“오히려 중간계투보다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5분 대기조가 되는 중간계투와 달리 대체로 등판하는 경기 타이밍이 정해져있으니까요.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어려운 순간에 나와 안타까웠다는 말씀들도 들었는데 그야 뭐 제가 늘상 던지던 때 나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결과가 잘 안 나와서 죄송하기는 했지만 다음에는 안 그러면 되지요, 뭐”.
아픈 와중에서도 이미지 트레이닝에 힘을 기울이고 마무리로 가져야 할 책임감을 돌아본 홍상삼이다. 그러나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의 꿈을 다음으로 미뤘다는 것은 홍상삼에게 더없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경기력을 보고 초반 구상도에 포함된 만큼 슬럼프나 부상이 없다면 이듬해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도 수월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건네자 홍상삼은 고개를 저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한 병역 특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뭐 병역 특례를 못 받고 군대를 가게 되면 가는 것이겠지요. 다만 WBC에 못 나가는 것은 정말 아쉬워요. WBC는 정말 메이저리거들이 다수 뛰는 큰 대회잖아요. 그곳에서 제 공을 마음껏 던져보고 제가 세계 무대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했었는데. (이)용찬이 형도 부상으로 낙마하게 돼서 제가 다 걱정이 큽니다”. ‘병역 특례가 없어 미리 몸을 사린다’라는 일부 팬들의 가시 돋힌 말과 달리 홍상삼은 WBC 태극마크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두었다.
홍상삼의 전지훈련 참여 여부와 그 시기에 대해서도 팀 내에서 고민이 많다. 팀의 한 시즌 명운을 쥔 새 마무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상삼은 “건강한 몸으로 팀에 공헌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라며 오히려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데뷔 첫 시즌 팔꿈치 수술 이후 빨리 1군에 오르지 못해 치기 어린 모습을 보이던 그 홍상삼은 이제 없다.
“전화위복 삼아서 이번에 몸을 더 확실히 만들어 놓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팀에 제대로 공헌할 수 있는 몸 상태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습니다. 만약 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지훈련에 합류하게 된다면 연습경기가 이어지고 있어서 제가 조바심을 내고 욕심을 부려 실전 등판을 자청할 것 같아요. 그렇게 하다가 또 부상을 당하면 오히려 그것이 팀에 더욱 마이너스잖아요”.
초보 마무리로서 목표 수치를 묻자 홍상삼은 ‘20세이브 이상’을 먼저 말했다. 그러나 뒤이어 홍상삼은 “사실 세이브 숫자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라고 밝혔다. 스스로 숫자 놀음의 늪에 빠지기보다 그저 자신이 나가는 경기를 확실하게 매조지는 것이 마무리로서 당연한 임무라는 뜻이다.
“팀 전력이 좋은 만큼 아무리 못해도 20세이브 이상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는데요. 사실 숫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제가 나가는 경기들을 최대한 많이 잘 막아내야지요. 마무리로 못하면 동료들과 팬들에게 미안한 일이니까. 미안함이 없도록 한 시즌 최대한 잘 막아내고 싶습니다”.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진 홍상삼은 이제 진정한 팀의 주축 투수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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