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환이와 나를 위해”, 두산 김동한의 새 도전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2.03 07: 29

“(이)두환이가 떠난 것이 믿기지 않았어요. 그런데 입관하는 날 관을 드는 데 그제야 실감이 나더라고요. 우리 동기들이 두환이 몫까지 정말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야 하늘의 두환이도 좋아할 테니까요”.
이미 퓨처스리그 내에서는 특급 2루수로 평가받는 유망주다. 단순히 기록이 좋은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센스와 기본기로 팀에 공헌하는 능력이 뛰어난 만큼 다른 팀이었다면 이미 1군에서 자주 출장했을 것이라는 평이 자자하다. 그러나 하필 수준급 2루 요원이 넘쳐나는 팀에 있어 잔류조에 편성되었다. 1군 코칭스태프도 너나 할 것 없이 “그 친구 아쉽다”라며 혀를 찼다. 두산 베어스 3년차 내야수 김동한(25)이 그 주인공이다.
장충고-동국대를 거쳐 지난 2011년 8라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동한은 175cm 72kg의 체격으로 왜소한 편이다. 장타력을 기대하기는 힘든 선수지만 대신 야구를 예쁘게 하며 순간적인 임기응변에 능한 팀 플레이어 스타일이라는 것이 퓨처스리그 현장을 아는 이들의 평가다. 지난 시즌에는 1군에서 10경기 8타수 3안타(3할7푼5리) 2도루로 표본은 많지 않지만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지명도가 낮을 뿐 김광림 NC 타격코치 등 그를 아는 타 팀 지도자들은 ‘꼭 데려오고 싶은 2군 유망주‘로 꼽는다. 그러나 두산 2루에는 과거 국가대표 2루수였던 고영민과 2년 전 도루왕 오재원, 여기에 2군에서 4할 가까운 고타율을 올리던 최주환 등 수준급 동료들이 많다. 결국 김동한은 전지훈련 참가 커트라인에 딱 걸리며 국내 잔류조로 편성되고 말았다. 잔류조 선수들도 훈련을 열심히 하지만 아무래도 싸늘한 기후와 1군 코칭스태프에 눈도장을 받지 못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지난해 가을만 해도 ‘너 이번에는 전지훈련에 갈 수 있겠다’라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러다가 자율훈련을 치르다보니 아무래도 우리 팀에 내야수가 많더라고요. 전지훈련 출국을 며칠 앞두고 황병일 수석코치께서 ‘널 어쩔 수 없이 잔류조에 넣는 데 대해 코칭스태프들이 모두 고민하고 아까워했다. 미안하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낙담하지는 않습니다. 운동은 어디서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니까요”.
내발산초교 2학년 시절부터 야구 선수의 길을 걸으며 ‘조기 교육’을 받은 김동한은 지난해 1군 첫 경험에 대해 “동경하던 무대를 밟아 안타까지 때려내고 도루도 했다는 자체가 너무 기분이 좋았다”라며 웃었다. 대졸 3년차 선수로서 아직 병역 미필 상태에서 잔류조에 있다는 점이 조급할 법도 했으나 김동한은 “열심히 하면 언젠가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라며 긍정적으로 답했다.
“전체적으로 제 기량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퓨처스리그에서 타율도 높이고 도루도 적극적으로 하려고요. 수비를 보다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요. 지난해 김진욱 감독께 정말 감사했어요. 1군에 올라왔을 때 다른 내야수들이 있었음에도 두루 기회를 주려고 마음을 써주시더라고요. 저 말고도 다른 선수들도 많았는데. 굉장히 감사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대퇴골두육종으로 안타깝게 하늘로 떠난 故 이두환(전 KIA)은 김동한의 고교 동창이다. 이두환이 안타깝게 세상을 등지기 전 2006 쿠바 세계 청소년 선수권 멤버들은 물론이고 두산 내 동갑내기 동기들도 그를 위해 자주 병문안을 가고 꼭 다시 일어설 수 있길 기도했다. 하늘의 친구를 떠올리며 김동한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지 잠시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지금도 잘 믿기지 않아요. 실감이 안 나더라고요. 두환이가 떠나기 전날 병문안도 가고 함께 웃었는데. 그러다 두환이 발인 날 관을 드는 데 그 때 ‘아, 두환이가 이제 떠나는 구나’ 실감이 나더라고요. 안타깝지요. 그리고 제 스스로도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요. 우리 팀에 두환이 동기들이 정말 많습니다. 중고교 동기만 해도 (이)용찬이, (임)태훈이, (김)명성이도 있고 동갑내기도 많거든요. 우리가 두환이 몫까지 다 잘해야지요. 그래야 하늘의 두환이도 좋아할 테니까요”.
올 시즌 목표를 묻자 김동한은 전날 자신의 어머니와 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퓨처스리그 선수들은 프로야구 선수 기본 연봉(2400만원)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엘리트 체육 시스템에서 자라나 프로 데뷔 후에도 여유 있는 자신의 생활이 없고 노후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것이 스포트라이트 밖 프로야구 선수 대부분의 삶. 프로야구 선수만이 아닌 사람으로서 위기의식을 갖게 된 김동한이다.
“어머니와 제가 지난 2년 간 프로에서 얼마나 돈을 모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요. 2년 동안 2000만원 정도를 모았더라고요. 결혼도 해서 가정도 꾸리고 앞으로 군대도 다녀오고 하면 금방 서른이 될 텐데. 지난 2년 동안은 열심히 했지만 확실한 목표는 없었던 것 같아요. 프로 선수로서 1군에 빨리 올라가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오늘도 연습하면서 ‘꼭 연봉 인상률 100%를 찍자’라고 마음 먹고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김동한의 올 시즌 연봉은 25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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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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