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습니다. 지난 2년 간은 마음부터 어두웠는데 이제는 밝게 파이팅을 외치려고요”.
2010년 8월 21일 사직 롯데-두산전은 신고선수 딱지를 떼고 갓 정식선수가 된 한 유망주에게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1군 등록 첫 날 9회 교체 출장해 상대 우완 이정훈(현 넥센)의 공을 받아쳐 데뷔 첫 타석에서 3루타를 때려내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 공교롭게도 그날이 어머니의 생신날이었고 아들은 1군 첫 타석 첫 안타로 멋진 선물을 선사했다.
그러나 지난 2년 간 그는 그저 2군 선수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병역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절박해지자 그는 오기와 근성으로 자신의 앞으로 굴러오는 타구를 처리하고 연신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성남고-중앙대를 거쳐 지난 2010년 두산 베어스에 신고 선수 입단한 내야수 김동길(25)이다.

179cm 77kg의 체구를 갖춘 우투우타 내야수 김동길은 기본기가 바탕된 안정된 수비력을 갖춰 전임 김경문 감독이 눈여겨봤던 유망주다. 2009시즌 후 이대수(한화)를 트레이드로 보낸 김 감독은 “저 친구를 내야 전천후 요원으로 써보고 싶다”라고 밝혔던 바 있다. 그 주인공이 김동길이었고 신고선수로는 이례적으로 미야자키 전지훈련에도 참가했다.
2010시즌 도중 정식 계약을 맺은 김동길은 그해 8경기 5타수 2안타(4할) 1타점을 기록했다. 2개의 안타가 모두 2루타, 3루타 장타였다. 그러나 2011시즌에는 6경기 1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는 데 그쳤고 지난 시즌에는 2군에서만 출장하며 78경기 2할5푼1리 7타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내야 선수층이 가뜩이나 두꺼운 두산인 만큼 잔류조 편성은 어쩔 수 없던 결과와 다름 없었다.
“2년 간 힘들었지요. 그와 함께 처음 데뷔했을 때처럼 절실했던 마음이 제게 있었는 지 반성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올 시즌이 제게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달려들고자 합니다. 예전에는 제 스스로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이제는 밝게 야구하려고요”.
최근 들어 퓨처스팀 훈련장인 경기도 이천 베어스필드 내 실내연습장에서는 야수 훈련 시 우렁찬 파이팅 소리가 계속 울려 퍼지고 있다. 지난 2~3년 간은 2군 훈련장 분위기가 그리 밝은 편은 아니었으나 김우열 타격코치의 독려 속에 선수들도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 어두운 표정으로 일관하던 김동길도 그 분위기 속에 변화상을 보여주고 있고 김일상 운영2팀 팀장은 “동길이의 마인드가 대단히 성숙해지고 긍정적으로 변모했다”라고 칭찬했다.
“문득 2010시즌 1군에서 잠깐이나마 좋았던 때를 떠올리면 행복해요. 올해는 다시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우리 팀 내야 선수층이 두꺼운 만큼 예전에는 ‘내가 1군에 올라갈 수 있을까’ 걱정부터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 일이잖아요. 만에 하나 있을 지 모르는 전력 공백 때 1군에서 곧바로 찾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선수 본인이 자평한 장점은 바로 팀 배팅과 재빠른 수비 동작. 발도 느리지 않은 선수인 만큼 도루도 적극적으로 시도하며 수비 안정성을 기본으로 한다면 자신에게도 1군 콜업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김동길의 이야기였다. 특히 김동길은 아직 병역을 해결하지 않은 대졸 4년차 선수다. 야구를 놓지 않고 병역 의무도 이행하고 싶은 마음이 큰 만큼 올 시즌 뭔가 보여줘야 하는 한 해다.
“병역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상무나 경찰청에 입단하려면 제가 퓨처스리그에서라도 ‘데려오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해야지요. 올 시즌 정말 열심히 잘 하고 싶어요”. 잔류조 악조건 속 신고선수 출신 김동길에게 2013시즌은 야구인생의 승부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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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