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코치들의 일은 맡은 분야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타격 연습을 하는 야수들에게 배팅볼을 던지는 것이다.
한 프로야구 코치가 "배팅볼을 잘 던져주는 것은 코치의 의무다. 경기 전 선수들이 컨디션을 올릴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구단마다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 배팅볼 투수가 있어도 코치들도 돌아가면서 배팅볼을 던지고 타자들의 타격감 상승을 돕는다.
이때 투수 출신 코치들은 좋은 배팅볼 투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쉽지만 모두 좋은 배팅볼 투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민태 롯데 투수코치는 배팅볼을 던지지 못한다. 현역 시절 너무 많은 공을 던져 공을 던질 만한 팔 상태가 아니다. 투수코치는 보통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 출신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몸상태가 예전같지 않다.

아예 못던지는 경우도 있지만 '잘' 못던지는 경우도 있다. 가장 최근 선수에서 코치가 된 김수경 넥센 불펜코치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배팅볼 제구에 애를 먹었다. 이 모습을 웃으며 지켜보던 최상덕 투수코치는 "투수 출신들이 오히려 못 던진다. 일단 투수와 타자 사이가 너무 가깝고 공을 느리게 던져야 하기 때문에 영점이 안잡힌다"며 김 코치를 두둔했다.
오히려 야수 출신 코치들이 배팅볼 던지기가 수월하다는 의미다. 야수들은 자신이 치기 좋은 위치를 알기 때문에 타자에게 잘 전달해준다는 것이 야수 출신 코치들의 설명이다. 야수들은 수비 때 정확한 송구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일정하게 한 곳에 던지는 일에는 최적화돼 있기도 하다.
잘 치라고 던져주는 것이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될까. 이에 대해 한 코치는 "선수들은 배팅볼 연습을 하면서 타격 자세를 자신의 몸에 익힌다. 실전 경기 때 반사적으로 자신의 자세가 나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코치들도 몸쪽공, 낮은 공, 높은 공을 골고루 던져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배팅볼 투수의 중요성은 외국에서 더 알려져 있다. 최근 일본 히로시마 도요 카프에서는 28년간 배팅볼만 던진 이가 은퇴했다. 메이저리그의 좋은 배팅볼 투수들은 연봉을 1억원 넘게 받기도 한다. 스타급 타자들에게는 전담 배팅볼 투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김시진, 박흥식 '콤비'가 롯데로 옮겨가며 넥센의 배팅볼 투수를 데려가는 등 배팅볼 투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예전에 투수코치들의 배팅볼 적응과 관련해 인상깊은 이야기를 남겼다. "치지 말라고 던지던 사람들이 갑자기 잘 치라고 던지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나 투수코치들 역시 일정 기간 경험을 쌓으면 예전의 기량을 찾아 좋은 공을 던진다. 오래된 습관은 고치기 힘들지만 천직 역시 버리기 어렵다.
autumnbb@osen.co.kr
배팅볼을 던지고 있는 조계현 LG 트윈스 수석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