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잠수함 투수에 지난해 리그 정상급 잠수함 중간계투, 거기에 기대주 두 명까지. 롯데 자이언츠는 이른바 '잠수함 왕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원래 롯데는 잠수함 투수의 전력이 강한 팀이 아니었다. 임경완(37)이 오랜 시간동안 롯데 불펜을 지켰던 유일한 수준급 잠수함 투수였고, 여기에 배장호(26)와 나승현(26)이 조금씩 활약을 하는 정도였다. 지난해에는 임경완이 SK로 이적하고, 배장호와 나승현은 군 복무를 하면서 롯데에 언더핸드 품귀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하지만 롯데는 지난 시즌 정대현(35)과 김성배(32)를 얻었다. 정대현은 수식어가 필요 없는 대한민국 최고의 잠수함 투수. 무릎 부상으로 8월에야 복귀했지만 이후 24경기에 등판,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64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김성배는 생각지도 못했던 수확.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은 김성배는 무려 69경기에 등판하며 3승 4패 14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21을 찍었다. 오랜만에 풀 시즌을 소화한 김성배가 없었다면 작년 롯데의 4강도 없었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올해는 정대현이 최상의 몸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 시즌 개막과 함께 출격이 가능하고, 김성배 역시 지난 시즌 많이 던졌던 후유증 없이 사이판에서 차근차근 몸 상태를 끌어 올리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두 명의 잠수함 경쟁자가 등장했으니 바로 이재곤(25)과 홍성민(24)이다.
한때 이재곤은 롯데 마운드의 희망으로 불렸다. 군 복무를 마친 뒤 첫 해였던 2010년 선발투수로 8승을 거두며 깜짝 등장했다. 하지만 이후 특별히 부상은 없지만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캠프에서는 이재곤의 달라진 모습에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김시진(55) 감독은 "이재곤이 선발진에 들어가 준다면 다양성이 늘어난다"며 반기고 있고, 정민태(43) 투수코치 역시 "싱커가 많이 좋아졌다. 이 페이스만 유지하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이재곤은 선발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송승준, 쉐인 유먼, 스캇 리치몬드까지 세 명의 선발투수가 확정된 가운데 나머지 두 자리를 놓고 이재곤은 경쟁을 벌인다. 후보 가운데 유일한 언더핸드인 이재곤이 선발진에 안착하면 롯데 선발진은 우완 3명, 좌완 1명, 언더핸드 1명으로 짜임새가 부쩍 좋아진다.
또 다른 잠수함 기대주인 홍성민은 신인이었던 지난해 KIA에서 48경기에 등판, 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하는 활약을 펼쳤다. 김주찬(32)의 보상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홍성민은 한때 김 감독이 선발 후보로까지 분류했지만 오른쪽 아킬레스에 건초염 부상을 당해 사이판 전지훈련 명단에서 빠졌다. 현재 상동에서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홍성민은 상태가 호전돼 일본 가고시마 캠프에는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나승현까지 언제든 1군에서 활약이 가능한 잠수함 자원이다.
자원은 넘치는데 자리는 한정적이다. 보통 12~3명의 1군 투수 엔트리에서 잠수함 투수는 2명에서 3명만 둔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위력을 발휘하지만 좌타자를 상대로 약하기 때문에 1군에서 등판 기회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많이 두지 않는다. 만약 이재곤이 선발로 합류하면 1군 엔트리에 3명, 아니면 2명만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기존 자원인 정대현과 김성배가 유리한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선권은 없다. 김 감독은 "이름값으로 야구를 하는 건 아니다. 철저하게 기량에 따라 1군에서 뛰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잠수함 투수끼리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과연 롯데가 올 시즌 '잠수함 왕국'을 건설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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