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큰 일 날 뻔 했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김희걸(32)이 큰 액땜을 치렀다. 괌 1차 전훈 캠프에 참가 중인 김희걸은 2일 수비 훈련 도중 불규칙 바운드 타구에 중요 부위를 맞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러자 훈련을 지켜보던 권오경 수석 트레이너와 윤성철 트레이너가 부리나케 달려 갔다. 김희걸은 트레이너들의 부축을 받고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김희걸이 대형 사고(?)를 입었을때 삼성 투수들은 웃음보를 터트렸다. 특히 안지만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는 김희걸에게 다가가 장난을 치기도. 물론 상황이 심각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죽다 살아났다". 김희걸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어쩌다가 불규칙 바운드 타구가 이쪽으로 오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 뒤 "현장에 있던 선수들 모두 좋아했었다"고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상태는 크게 호전됐다. 김희걸은 "괜찮아졌다. 정확히 맞아서 그렇지 강습 타구는 아니었다"고 대답했다.

지난해 12월 16일 김희걸과 백년가약을 맺은 아내 고정진 씨의 반응은 어땠을까. 김희걸은 "걱정반 웃음반"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한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LG로 이적한 정현욱이 캡처 사진을 보내줘 알게 됐단다.
지난해 6월 KIA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김희걸은 올 시즌 각오가 남다르다. 품절남 대열에 합류해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무조건 잘하는 수 밖에 없다. 지난해 35번을 사용했던 그는 올해부터 19번을 달고 마운드에 오른다. 이번 캠프를 통해 변화구를 새로 장착하고 투구 폼을 교정할 계획. "현재로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설명.
김태한 투수 코치는 전훈 캠프를 앞두고 "김희걸의 기량을 끌어 올려 추격조에서 필승조로 승격시키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희걸 또한 "김태한 투수 코치님과 김현욱 불펜 코치님께서 알기 쉽고 무리하지 않게 잘 알려주신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희걸에게 올 시즌 목표를 묻자 "투수들이 다 돌아올때까지 잘 지키는 것 정도다. 다른 건 없다. 하다 보면 뭔가 생기지 않겠냐"고 허허 웃었다. 당장 몇 승을 거두겠다는 당찬 다짐보다 한 걸음씩 나아가겠다는 김희걸의 남다른 의지가 묻어났다. 예상치 못한 일격이 액땜이 돼 김희걸에게 호성적을 선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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