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타를 2루타로 둔갑시킬 수 있는 도루는 팀 전술에서 큰 가치를 가진다. 그러나 선수의 희생이 필요한 전술이기도 하다. 도루 하나를 성공시키기 위해 몇 번이나 몸을 날려야 하는 ‘도루왕’들의 몸 곳곳에는 영광의 상처가 수두룩하다. 철저한 자기 관리가 아니라면 롱런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도 그래서 나온다.
너무 고생해서 그럴까. 지난해 ‘도루왕’들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부상 및 부진이 겹쳤다. 2006년 이후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쥐며 대도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세 선수가 특히 그랬다. 이종욱(두산·2006년) 이대형(LG·2007~2010년) 이용규(KIA·2012년)가 그들이다.
외야수와 좌타자, 그리고 톱타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3李’는 지난해 나란히 떨어진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2011년 생애 최고 타율인 3할3푼3리를 기록한 이용규의 지난해 타율은 2할대(.283)로 미끄러졌다. 부상을 무릅쓰고 막판까지 투혼을 발휘해 2관왕(도루·득점)에 오르긴 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었다.

이종욱도 잔부상에 시달린 끝에 지난해 타율 2할4푼에 그쳤다. 역시 2011년 타율(.303)에 비하면 떨어진 폭이 가팔랐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평균 42.4개의 도루를 기록했던 이종욱이지만 지난해는 21개에 그쳤다. 이대형은 가장 심각했다. 3년 연속 60도루(2008~2010년)에 빛나는 이대형은 지난해 101경기 출전에 타율 1할7푼8리, 46안타라는 최악의 기록을 냈다. 여전히 높은 도루 성공률(89.3%)에 불구하고 자주 나가질 못한 탓에 도루 개수도 25개에 그쳤다.
각 팀으로서는 이 선수들의 부활이 절실하다. 자주 살아나가 공격의 활로를 열고 상대 배터리를 괴롭혀야 한다. 또 9구단 체제로 투고타저가 예상되는 올 시즌이다. 기회 때마다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이 선수들의 전략적 가치가 커졌다. 선수들로서도 2013년은 매우 중요하다. 2013년을 정상적으로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올 시즌 활약상은 자신의 몸값과도 직결된다. FA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이들의 올 겨울 연봉 테이블에는 비교적 찬바람이 불었다. 이종욱은 2억500만 원에서 800만 원이 깎인 1억9700만 원에 재계약했다. 1년 만에 2억 원 클럽에서 이름을 내렸다. 이대형(8500만 원)은 삭감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FA프리미엄을 받아 동결로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이용규는 4000만 원이 올라 3억4000만 원에 계약했지만 FA프리미엄은 받지 못했다. 세 선수 모두 올해를 벼르고 있을 만하다.
겨울의 땀방울도 굵직하다. 이종욱은 구단의 만류에도 마무리훈련을 자청했다. 그만큼 올 시즌 준비가 철저하다. 이대형은 김무관 타격코치와 함께 타격폼 손질에 한창이다. 김기태 LG 감독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이용규는 올 3월 열릴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비에 한창임은 물론 롯데에서 건너온 김주찬과의 보이지 않는 경쟁에 마음을 다잡고 있다. 자존심과 FA,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세 선수의 2013년이 궁금해진다.
skullboy@osen.co.kr
[스페셜 프로모션] 정통야구매거진 오!베이스볼 정기구독 Big이벤트-글러브 증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