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푸는 것 자체로 체력 소모가 크다. 그래서 올해는 조금 더 적게, 대신 조금 더 길게 던지고 싶다".
롯데 자이언츠 좌완 이명우(31)는 지난시즌 최다출장을 한 선수에 올랐다. 따로 시상을 하는 건 아니지만 투수로서 최대한 많은 경기에 등판했다는 건 그만큼 팀 내에서 비중이 높았다는 뜻과 통한다. 특히 빛을 보기 힘든 중간계투에서 묵묵하게 자기 역할을 다 해야만 하고, 그 가운데서도 결코 부상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 만큼 이명우의 기록은 가치가 높다.
이명우의 지난 시즌 성적은 74경기 등판 2승 1패 10홀드 평균자책점 2.56이었다. 출전 경기수는 이상열(LG)보다 1경기 많아 최다출장자로 기록됐지만 정작 던진 이닝만 놓고 본다면 그렇게 많지 않다. 이명우의 2012년 소화이닝은 52⅔이닝으로 선발 출장없이 불펜 소화이닝만 따졌을 때 1위에 오른 박희수(SK)가 기록한 82이닝에 한참 못 미친다.

이유는 이명우의 포지션 때문이다. 그는 지난 시즌 주로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로 기용됐다. 74번의 등판 가운데 1이닝 이상 소화한 건 불과 27번으로 전체 등판의 36%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명우가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 없었다는건 결코 아니다. 원포인트 릴리프로 마운드에 오르더라도 불펜 투수는 등판 전 몸을 풀기 위해 계속 공을 던져야 한다. 등판 경기가 많을수록 몸을 푼 날이 많았다는 뜻이고, 상황에 따라 몸만 풀고 등판하지 않았을 수도 있기에 이명우의 피로감은 당연한 결과다.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한 이명우는 현재 차근차근 몸 상태를 끌어 올리고 있다. 팔꿈치 수술 이후 처음으로 풀시즌을 치르며 많은 공을 던졌지만 현재까지는 딱히 아픈 곳이 없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다. 염종석 불펜코치는 "작년에 많이 던진 이명우와 최대성, 김성배는 컨디션 끌어 올리는 페이스를 조절해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다행히 특별하게 아픈 곳은 없지만 지난 시즌은 이명우에게 하나의 도전이었다. 2010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후 빠른 속도로 재활을 마쳤고, 2011년 팀 내에서 입지를 넓히는데 까지는 성공했지만 언제 다시 팔꿈치가 아플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이명우는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고, 시즌이 끝난 뒤에는 결혼까지 하면서 기쁨이 두 배였다.
이명우는 "올해는 한 번 등판하면 조금 더 오래 던지는 대신 더 적게 등판하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라고 말한다. 부상은 없었지만 작년 많은 등판은 이명우에게 부담이 안 될수가 없다. 원래 이명우는 선발투수였다. 2004년에는 SK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고, 2010년 팔꿈치 수술 전까지 선발로 주로 출전했던 선수다. 수술 후 불펜으로 전환했지만 기본적으로 타자와 싸우면서 경기를 운영하는 방법을 안다.
당장 올 시즌 목표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보내는 것. 이미 한 번 부상과 재활의 터널을 지나왔기에 건강한 몸의 소중함은 더욱 잘 안다. 여기에 올 시즌도 활약을 이어가기 위해 기존 구질을 다듬는게 이명우의 목표다. 특히 체인지업을 날카롭게 다듬어 우타자와 싸울 무기를 갖추는게 하나의 과제다. 140km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직구 구속을 조금만 더 끌어 올린다면 금상첨화다.
이제 이명우는 롯데의 탄탄한 불펜진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작년은 주로 좌타자를 사냥하는 '저격수'였다면 올해 이명우는 최소 1이닝을 소화하는 게 목표다. 김시진 감독이 "가급적이면 중간계투는 1이닝을 책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이명우의 활약 여부가 주목된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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