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가 지난 1일부터 일제히 스프링캠프에 돌입했다. 현지 스포츠전문지들의 이번 스프링캠프 표적은 니혼햄의 신인 오타니 쇼헤이(18.)이다. 언론들은 작년부터 투수와 타자를 겸업한다는 괴물루키로 포장 해왔고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형적인 스타만들기이다.
오타니는 1일부터 2군 캠프에서 사흘동안 투수와 타자 훈련을 병행했다. 첫 날은 야수와 투수 훈련 메뉴를 숙지 못해 우왕좌왕했으나 이후 이틀동안은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3일 투수로 첫 불펜투구를 했는데 2군 캠프인데도 팬들이 500명 찾아왔고 취재진은 100명이 몰려들어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언론과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전문가들의 눈길을 냉정하다. 이날 오타니는 포수를 세워놓고 60~70%의 힘으로 35개의 볼을 던졌다. 말 그대로 몸을 푸는 투구였다. 그러나 수 많은 취재진과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까지 찾아와 지켜보는 통에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볼이 들쭉날쭉했다.

본인도 "지켜보는 이들이 많아 힘이 들어갔다"고 말했지만 가토 다케하루 2군 투수코치는 "상반신은 강한데 하반신이 약해 투구가 일정하지 않다"는 쓴소리를 했다. 아울러 피곤해보인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오타니 역시 "좀 피곤하다"고 말하면서도 투수와 타자 겸업에 대해는 "아직은 괜찮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오타니는 언론과 팬들의 과도한 관심, 고교시절과는 양과 질에서 다른 훈련 스케줄로 인해 벌써부터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자신을 향한 소속 팀 지도자들과 선배들의 "과연 잘하는지 지켜보자"는 호기심 어린 눈길까지 견뎌야 한다. 이제 19살 루키가 감당하기엔 버거운 환경이다.
이 같은 문제를 직시하고 있는지 평론가 장훈씨는 "체력이 충분치 않다. 무리를 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면서 빡빡한 투타 훈련 스케줄을 우려했다. 그는 이에 앞서 "동네야구가 아니다"면서 오타니와 니혼햄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한쪽만 훈련하기도 힘겨운데 양쪽을 소화하기엔 아직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다른 평론가는 "우선 투수부터 해야 한다. 타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고 진단했다. 장훈씨와 마찬가지로 한쪽에만 전념하라는 주문이다. 두 평론가의 말에는 매일 경기하는 프로야구에서 투타겸업은 야구생명을 갉아먹을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대진 한화 코치는 해태에 입단한 92년 가을 마무리 훈련에서 오전에는 타자, 오후에는 투수훈련을 했다. 그는 진흥고 시절 투수와 타자 모두 괴물이었다. 그러나 양쪽 훈련을 힘들었고 결국 선동렬의 부상으로 인해 투수만 전념했다.
그는 "그때는 젊은 마음에 둘 모두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욕심이었다. 훈련부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만큼 프로에서의 투타겸업은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오타니의 투타병행쇼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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