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에는 개명선수가 정말 많네”.
사이판에서 막바지 전지훈련에 한창인 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팀내에 유난히 많은 개명선수들이 있다는 것에 신기해했다. 3일 라이브 배팅훈련 때 마운드에 오른 우완 투수 이지모(27)도 ‘개명선수’란 말에 “정말이냐”면서 “원래 이름이 뭐냐”고 되물었다. 원래는 ‘이준휘’였다는 대답에 “그럼 쟤도 주축 선수로 재탄생하는 거냐”며 은근한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이지모는 150km에 이르는 강속구가 좋다. 아직 기복이 있는 편으로 보완하면 쓸만하다”고 평했다. 이지모는 2005년 고향팀 롯데에 입단했다가 방출된 후 2007년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 산하 싱글 A에 입단, 해외무대를 밟는 등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2009년 개명을 하고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다가 2011년 롯데에 재입단, 1군 엔트리 진입을 위해 땀을 쏟고 있다.

이지모를 비롯해 롯데에는 유난히 개명선수들이 많다는 것은 정평이 나 있다. 대부분 선수들이 개명을 한 후 1군 무대에서 빛을 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외야수 손아섭을 비롯해 내야수들인 박종윤, 문규현, 박준서 등이다. 손아섭은 손광민에서 ‘아이아, 땅섭’으로 개명, ‘그라운드의 최고아이’라는 의미로 개명했는데 기대했던대로 성공을 거두고 롯데 주축 선수로 재탄생했다.
내야수 문규현은 ‘문재화’에서 발음이 안좋아 개명했고 박종윤은 박승종에서 개명한 후 꽃을 피우고 있다. 또 지난 시즌 1군 내야수로 자리매김한 박준서는 원래 박남섭이었다. 이밖에 우완 투수 이용훈은 끝에 ‘훈’자 한자명을 바꿨다.
이처럼 롯데에 유난히 개명선수들이 많은 것에 대해 구단 관계자는 “우연스럽게도 개명선수들이 이름을 바꾼 후 더 좋은 성적을 내며 스타로 탄생했다. 그래서인지 다른 선수들도 개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시즌 어느 날에는 선발 라인업에 개명 선수들이 줄줄이 나와서 거의 다 채운 적도 있다”며 웃었다.
롯데에서 성공하려면 ‘개명’이 한 순서가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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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모(오른쪽에서 2번째)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