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그콘서트’의 수장인 서수민 CP는 지난 해 연예대상에서 강아지 인형 ‘브라우니’에 대해 방송 전에는 뜰 줄 몰랐다고 수상 소감을 남겼다. ‘브라우니’는 ‘개그콘서트-정여사’에 등장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어 그는 ‘해피투게더3’에 출연해 “내가 재미없다고 했는데 대박 난 코너가 바로 ‘정여사’다”라면서 “난 정말 감이 없나 보다”라고 자책하기도 했다. 이처럼 1년 365일, 수십년간 방송현장을 누비고 있는 베테랑 연출자도 프로그램의 성패, 캐릭터의 흥행여부를 점칠 수 없는 변화무쌍한 곳이 방송가다.
시청률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창시절 공부 좀 꽤나 했다는 연출자들도 미신의 힘을 빌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점쟁이를 찾는 PD들이 미신을 맹신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만큼 절박하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점집 문턱을 밟고 있다.

현재 시청률이 저조한 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PD 역시 시작 전 점집을 찾았다. 당시 용하다는 점쟁이는 방송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다는 PD의 말에 “재미없으니 다른 일을 하라”고 조언했다고. 미신은 미신일 뿐, 애써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이 PD는 요즘 시청률을 볼 때마다 점쟁이의 얼굴이 떠오른다고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를 건넸다.
이 PD 뿐만 아니라 다른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 PD 역시 새로운 프로그램 첫 방송 전에는 꼭 점집을 찾는다는 후문이다. 점쟁이의 말에 따라 이미 기획된 프로그램을 무산시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무속신앙이라도 기댈 곳이 필요하다는 게 점집을 찾는 이유다.
이렇듯 방송가는 점쟁이를 찾는 적극적인 발걸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신의 힘을 빌리고자 하는 움직임은 늘 포착된다. 대부분의 드라마 제작진과 출연진은 시작 전 사고 없이 촬영이 끝나길 바라는 동시에 높은 시청률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낸다. 물론 주요 출연자나 스태프의 종교적인 이유로 고사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종교와 관계없이 별탈 없이 드라마를 마무리하길 바라는 의미로 가볍게 고사를 지내고 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최근 OSEN과 만난 자리에서 “드라마 고사 때마다 시청률 좀 잘 나오라고 현금을 두둑하게 준비하고 있다”라며 “당연히 고사를 지낸다고 해서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드라마 제작자 입장에서 안 지내면 왠지 찝찝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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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고사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