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공인구 놓지 않는 정대현…두 토끼 잡는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2.05 06: 11

롯데 자이언츠 정대현(35)은 국제대회 경험이 가장 풍부한 투수 가운데 한 명이다. 경희대학교 재학 시절인 2000년 시드니 올림픽팀에 아마추어로 합류, 미국전 2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3⅔이닝 2실점이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린 정대현은 이후 국가대표팀 단골손님이 됐다. 2006년 1회 WBC 4강 신화에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 순간에도, 2009년 2회 WBC에도 정대현은 항상 있었다.
정대현은 다음 달로 다가온 3회 WBC 대표팀 명단에 자연스럽게 이름을 올렸다. 당초 무릎부상 경력 때문에 차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기량이나 경험 모든 면에서 따져봤을 때 정대현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는 국내에 아직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현재 사이판 캠프에서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있는 정대현은 특별히 훈련 때 WBC 공인구를 쓴다. KBO는 선수들이 미리 공인구를 접하며 익숙해져 한다는 판단으로 각 구단에 WBC 공인구 2박스를 제공했다. 롤링스사에서 만든 공인구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공인구보다 미끄럽다는 점.

많은 국제대회에 출전한 정대현이기에 일찌감치 WBC 공인구와 친해지기에 나선 상황이다. 공의 속도보다는 변화로 승부하는 정대현이기에 미끄러운 공인구는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WBC 공인구는 미끄러운데다가 실밥도 적게 도드라져있어 공에 변화를 주기에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정민태 투수코치는 "대현이가 경험이 많지만 이번 공인구는 당연히 불리할 수밖에 없다. 최대한 많이 만져보고 또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정대현과 WBC 공인구로 불펜피칭을 하는 강민호는 "야수는 공인구가 미끄러워도 따로 준비할 게 없다. 그렇지만 투수들은 많이 어색할 것 같다. 대현이 형은 WBC 공인구로만 연습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정대현은 피칭 할 때가 아니라도 WBC 공인구를 갖고 다니면서 만져 최대한 빨리 익숙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팀 내의 또 다른 WBC 멤버들과 함께 하는 캐치볼에도 항상 공인구와 함께 한다.
이번 대표팀에 뽑힌 투수들 가운데 정대현은 유일한 잠수함 투수다. 그 만큼 팀 내에서 소화해야 할 역할이 만만치 않다. 특히 정대현의 공은 낯선 타자들이 한 두 번 상대해서 치기는 어렵기에 국제대회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 덧붙여 투수조 최고참으로 동료들을 다독이고 이끌 책임까지 있다.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이번 WBC다.
정규시즌 준비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지난해 부상으로 8월에야 복귀했지만 정대현은 24경기에서 28⅓이닝을 던지며 2승 1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0.64를 기록해 여전한 실력을 과시했다. 롯데 유니폼을 입은 첫 해인 작년 전지훈련에서 정대현은 의욕이 넘쳐 부상을 당했지만 올해 사이판 캠프에서는 순조롭게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중이다. 정대현은 "이제 아픈 곳은 없다. 올해는 정상적으로 시즌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현재 정대현은 김사율과 주전 마무리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혹시라도 WBC 출전이 체력적으로 부담을 주지는 않을까. 정 코치는 "대현이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워낙 경험이 많은 선수고 국제대회도 숱하게 나갔다"면서 "훈련 스케줄같은 부분도 대현이는 알아서 하도록 일임하고 있다. 물론 (WBC에 출전하고 나면) 체력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시즌 전 부터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는 정대현이다. WBC와 올해 정규시즌 모두 결코 놓칠 수 없다. 결코 손에서 놓지 않는 WBC 공인구와 함께 정대현의 시즌 준비는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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