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전지훈련, ‘여름 악몽’ 해법 찾나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2.05 06: 15

지난 몇 년간 LG의 여름은 어느 팀보다 끔찍했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마치 단체 무기력증이라도 걸린 듯 연패의 늪에 허덕이며 급격하게 추락했다. 2007시즌부터 2012시즌까지 지난 5년 동안 7월 8월 성적 94승 132패 8무 승률 4할1푼6리로 8개 구단 최하위에 머물렀다. 본격적인 순위싸움이 벌어지는 시점에서 LG는 상대팀의 좋은 먹잇감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난 시즌도 다르지 않았다. 5할 승률 사수의 기로에서 10번을 이겨냈지만 6월말 승률 5할이 깨지자마자 곧바로 긴 연패에 빠졌다. 6월 성적 9승 13패 2무 승률 4할9리를 기록하더니 7월에는 6승 11패 1무, 8월에는 8승 14패 1무로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미 시즌을 접고 말았다. 주축 선수 몇 명의 부상을 얕은 선수층으로 메우지 못해 공수가 동시에 붕괴됐고 최다 팀 실책 1위를 예약했다. 시즌 초 모두를 놀라게 했던 깜짝 선발카드도 선발자원이 부족한 것에 대한 궁여지책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 전지훈련의 절대과제 역시 여기에 있다. 지난 1월 20일부터 시작한 사이판 1차 전지훈련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LG 김기태 감독은 최대 수확으로 ‘비주전의 성장’을 꼽았다.

김 감독은 4일 사이판 전지훈련을 하루 남긴 시점에서 “작년에는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가 너무 커서 주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사이판 훈련을 통해 문선재(23)와 황선일(26) 등이 많이 늘었다. 기존 1군 선수들은 물론, 주전들까지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내야수 문선재와 황선일 모두 이미 퓨처스리그에서 두각을 드러낸 바 있다. 주전 2루수 경쟁을 펼치고 있는 문선재는 지난 2년간 상무의 주축 선수로, 황선일은 2010시즌 LG 2군 최고의 외야수로 활약했다. 문선재는 2011시즌 퓨처스리그 최초로 20-20을 달성했고 황선일은 2010시즌 퓨처스리그서 타율 3할2푼7리 장타율 .505로 LG 2군의 공격을 이끌었다. 지난해에는 둘 모두 부상이 발목을 잡았는데 최근 몸 상태가 좋고 전지훈련을 통해 성장세를 보인만큼 1.5군 선수에서 1군 선수로 도약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들이 비상은 LG의 여름 추락을 막을 수 있다. 기나긴 페넌트레이스에선 선수층이 곧 순위를 결정짓는다. 어느 팀이든 뜻하지 않게 주축 선수가 부상당하거나 집단 슬럼프에 빠진다. 이때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가 적은 팀, 준비된 2군을 가동하고 있는 팀이 치고 올라간다. 문선재와 황선일 외에도 투수 배우열 김효남과 내야수 김용의 정주현 최영진 등이 경쟁력을 발휘한다면 얕은 선수층으로 인한 집단 붕괴를 방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선발진은 아직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선발진 경쟁을 벌이고 있는 투수들에 대해 “아직 누가 좋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2차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연습경기 등 실전 등판을 치르면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을 아꼈다.
벤자민 주키치와 레다메스 리즈의 뒤를 이을 토종 3인방이 구성되지 않으면 막강 불펜진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지난 시즌에도 LG는 불펜진이 평균자책점 3.69로 선전한 반면 선발진이 평균자책점 4.25로 부진했다. 신재웅 임찬규 임정우 신정락 최성훈 등이 선발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중 누군가가 해답이 되어야한다. 얼마 전 계약을 체결한 류제국과 소집해제를 앞두고 있는 정찬헌, 방황 끝에 팀에 합류한 이형종 등이 시즌 중반 극적으로 합류해 반전카드가 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다.
김기태 감독은 1차 전지훈련을 마무리하며 “선수 중에 부상자가 전무하고 페이스도 예상보다 빨리 올라오고 있다. 그래서 자체 청백전도 예정보다 1주일이나 빠르게 했다. 지금 이 흐름을 2차 전지훈련까지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LG의 2013시즌 운명이 2차 오키나와 캠프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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