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의 따뜻한 날씨는 점점 남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SK 전지훈련 ‘재수생’들이 오키나와의 해변은 만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성은 반반이다.
SK는 지난달 20일부터 플로리다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 선수들 몇몇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팀 내 체성분 테스트에서 탈락해 전지훈련 참가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SK는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두 차례의 테스트를 통해 체중, 체지방률, 근육량을 측정했고 지난 시즌 개인별 평균치에 미달된 선수들을 한국에 남겼다.
지난해 “테스트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전지훈련에 데려가지 않겠다”라고 공언한 이만수 SK 감독은 쓰라린 심정에도 원칙을 지켰다. 핵심 선수라고 해서 봐주는 것도 없었다. “어느 누구를 봐줄 경우 팀을 이끌어가기 어려워진다”라는 이유였다. 그 결과 박경완 최영필 전유수가 아예 한국을 벗어나지 못했다. 재활훈련차 미국으로 떠났던 핵심 투수 6명(채병룡 엄정욱 박정배 박희수 송은범 김광현)도 플로리다가 아닌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올 시즌 SK의 핵심 멤버들이다. 아무래도 추운 한국에서는 몸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이들의 컨디션이 늦게 올라올 경우 전체 시즌의 구상이 꼬인다. 팀의 운명을 쥐고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때문에 이들이 언제쯤 전지훈련에 동참할 수 있느냐가 SK의 겨울을 지배하는 화두로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간이 조금 흘렀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해야 하는 박희수만 예외가 돼 대만으로 떠났다.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한국에서 훈련 중이다. SK의 플로리다 캠프는 우리시간으로 오는 16일 끝난다. 이동거리와 일정을 감안했을 때 합류가 쉽지 않다. 때문에 18일부터 시작되는 오키나와 2차 전지훈련 합류가 현실적인 최선의 대안으로 볼 수 있다.
결정권자인 이만수 SK 감독은 이에 대해 명확한 전제조건을 달았다. 몸 상태다. 이 감독은 전화통화에서 “현재 잔류 선수들의 훈련 일정은 모두 김용희 퓨처스 감독에게 일임한 상황이다. 몸 상태를 매일 보고 받고 있다”라면서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몸 상태를 보고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이 말하는 ‘몸 상태’는 이전 체성분 테스트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좀 더 실전을 겨냥한 개념에 가깝다. 이 감독은 “오키나와 캠프는 훈련보다는 경기 위주다”라고 했다. 실제 SK는 20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국내외 팀들과 11번의 연습경기를 잡아놓고 있다. 23일부터 4일까지는 휴식일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경기가 있다.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라면 오키나와에 와도 별로 할 일이 없다.
이 감독은 “경기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라면 차라리 한국에서 훈련을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라면서 “몸이 안 되면 선수들이 다칠 수도 있다”라고 이유를 덧붙였다. 이를 종합하면 국내에 남아 있는 선수들은 여전히 불리한 여건이다. 플로리다에 있는 선수들은 6일부터 자체 청백전에 들어간다.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실전감각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 남아 있는 선수들은 여건도 열악하고 재활도 병행해야 한다.
때문에 아직 본격적으로 어깨를 데울 시기가 아닌 김광현과 같은 선수들은 오키나와 캠프 합류도 불발될 가능성이 있다. 어찌됐건 좋은 상황은 아닌 셈이다. 다만 이 감독도 여지는 열어뒀다. 이 감독은 “오키나와에 가급적 많은 선수들을 데려가고 싶고 구단에도 이야기를 했다”라고 말했다. 몸 상태를 칼 같이 보기보다는 한국에서의 훈련 태도로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SK 선수단은 오는 16일 귀국해 하루를 쉰 뒤 18일 오키나와로 출발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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