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야 산다’ SK, 기동력 부활 선언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3.02.05 06: 06

뛰어야 산다. 프로야구 9개 구단에 떨어진 공통된 과제다. SK도 다를 것은 없다. 기동력에서 남부러울 것이 없었던 예전 모습을 되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2007년 이후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벌떼야구’로 대변되는 강한 불펜, 탄탄한 수비와 조직력, 그리고 기동력이었다. 두산과 함께 발야구 트렌드를 만들어가며 리그 분위기를 이끌었다. 도루는 물론 한 베이스 더 가는 기민한 주루 플레이로 장타력 부재를 만회하곤 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SK의 발은 무거워지고 있다. SK는 2010년 총 230회의 도루를 시도했다.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성공률도 70%로 리그 평균을 맞췄다. SK를 상대하는 배터리는 항상 도루라는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랬던 SK의 2011년 도루 시도는 166회로 줄었다. 성공률도 63.3%로 리그 7위까지 떨어졌다.

2012년은 더 심했다. 리그에서 가장 적은 도루(104개)에 그쳤고 성공률은 58.1%까지 추락했다. 요약하면 리그에서 가장 못 뛰는 팀 중 하나였다. 이런 무뎌진 기동력은 SK가 득점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던 중요한 이유로 자리했다. 방망이가 맞지 않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대안 하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이유는 있었다. 활발하게 뛰어야 할 선수들이 잔부상에 시달렸다. 몸 상태가 좋지 못하니 벤치에서도 과감하게 도루 사인을 낼 수 없었다. 성공률이 낮았던 하나의 원인이기도 하다. 또 선천적으로 빠른 발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은 도루 센스가 부족하거나 출루율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이런 악재가 겹치다보니 전체적으로 고른 기동력을 자랑했던 SK의 팀 컬러가 무너졌다.
가뜩이나 기동력이 중시되는 시점이다. 9개 구단 체제가 낳은 기형적 일정으로 투고타저가 우려되는 2013년이다. 슬럼프가 없다는 발로 한 베이스를 더 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SK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주력 선수들의 부상 회복에 총력을 기울임은 물론 이른바 ‘스프린트 프로젝트’라는 이름하에 주루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플로리다 마무리캠프 중 인스트럭터로 초빙된 조이 코라가 선봉장으로 나섰다. 메이저리그에서 오랜 기간 지도자 생활을 한 코라는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을 강조한다. 이런 코라의 시선을 사로잡은 선수는 임훈과 김재현이다. 코라는 “두 선수를 눈여겨봤는데 달리는 주법이 마치 단거리 육상선수처럼 힘있고 경쾌하다. 최적의 리드와 출발 속도만 끌어올린다면 도루 성공률이 급격하게 치솟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지난해 주로 대주자 요원으로 나서 12개의 도루를 기록한 김재현은 팀 내에서도 손꼽히는 준족이다. 코라가 눈여겨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통산 도루가 15개 밖에 안 되는 임훈을 지목한 것은 의미가 있다. 스피드도 중요하지만 리드폭과 센스로도 도루 개수를 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코라의 지도를 받은 임훈도 “이 정도로 많이 리드가 가능한지 최근에야 알았다”면서 “검증을 거친 리드폭이기 때문에 불안하지 않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선수들의 스피드가 살아난다면 SK도 포수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걸쳐 뛰는 야구를 추구할 수 있다. 이미 정근우 조동화 박재상 최정 등 한 시즌에 20개 이상의 도루를 보장할 수 있는 선수들을 보유한 SK다. 이를 뒷받침할 선수들의 기동력이 조금만 더 올라와도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기동력 야구의 부활을 선언한 SK가 어떤 결과물을 얻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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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라 인스트럭터로부터 지도를 받고 있는 김재현(가운데)과 임훈. 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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