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보다는 긴장감이 있었지요. 그러고 보니 다 LG전에 리즈 상대였네요”.
팀 내 기대가 컸던 좌완이었으나 아직 더 노력해야 한다는 질책 속에 잔류조 편성되었다. 만만디 인상이지만 “지금은 스프링캠프를 어디서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라며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4년차 좌완 정대현(22)은 조심스럽게 다시 1군 전열 합류를 노리고 있다.
청원중-성남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0년 두산 3라운드로 입단한 정대현은 빠른 공을 던지지는 않지만 강심장과 완급 조절 능력을 갖춘 왼손 투수. 지난 시즌에는 선발 후보군 중 한 명으로 훈련했고 시즌 초반 계투 추격조로도 잠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그 이상의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한 채 23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5.20으로 한 해를 마쳤다.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 도중 어깨 통증으로 중도 귀국하기도 했던 정대현은 현재 전지훈련지인 미야자키가 아닌 경기도 이천 베어스필드의 잔류조로 편성되었다. “더 잘 할 수 있는 투수가 조금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훈련에 열심히 매진하길 바란다”라는 코칭스태프의 충격 요법에 의한 결정이다.
정대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포커페이스. 전지훈련 낙마로 인해 의기소침해질 수도 있었으나 그의 표정은 큰 변화가 없었다. “전지훈련 불참은 아쉽다고 생각하지만 나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곳에서도 충분히 운동을 열심히 할 수 있으니까”라는 것이 정대현의 답이다.
“지난 시즌 초반에는 괜찮았는데 중간 중간 제게 찾아온 기회를 확실히 잡지 못했던 것 같아요. 첫 승도 올리고 선발 등판 기회도 있었지만 좀 더 확실하게 잡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난해 5월 15일 잠실 한화전은 정대현의 프로 데뷔 첫 승 경기였다. 당시 선발 서동환이 일찍 무너지는 바람에 추격조로 급하게 등판한 정대현은 4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팀이 역전까지 성공하며 승리투수가 되었다. 이후 정대현은 LG와의 2경기에 선발로 나섰으나 2패(평균자책점 6.14)만 떠안았다.
“첫 승 때는 큰 점수 차로 끌려가고 있어 편하게 던졌는데 운이 좋았어요. 다만 LG와의 선발 등판 두 차례 때는 긴장감이 있었지요. 부담이라기보다는 뭔가 보여줘야 했으니까. 생각해보니 맞대결 상대가 다 레다메스 리즈였네요”. 시즌 최종전이던 10월 6일 경기는 이미 순위가 정해져 승패에 큰 의미가 없는 경기였고 이날 정대현은 3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패전을 기록했다.
확실한 왼손 선발이 없어 오랫동안 고심하던 두산이지만 1년 전 선발 후보였던 정대현을 전지훈련에서 제외한 것은 강수 중 하나다. 현재 잔류조에서 좌완은 정대현과 신인 정혁진, 함덕주 세 명 뿐. 두 명의 신인이 아직 더 몸을 만들어야 하는 미완의 대기들임을 감안하면 정대현에게는 프로 생활 중 고난의 길임에 틀림없다.
“3년 만의 전지훈련 제외라 일단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운동도 지난 2년 보다 더 많이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어디서 하느냐가 아니라 지금 제가 처한 현실에서 최대한 열심히 하는 것이 앞으로를 위한 길일 테니까요. 잔류조로 스프링캠프를 보냈어도 1군으로 올라간 케이스도 있으니 열심히 하면서 1군 합류 후 시즌 중 목표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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