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포항에 외국인 선수는 없다".
황선홍(45) 포항 감독은 자신만만했다. 올 시즌 팀 운영에 대한 구상을 마친 '황새'는 50분을 걸어 전지훈련지인 터키 안탈리아의 훈련장까지 향했다. 포항 선수들은 훈련장까지 버스를 타고 7분 만에 도착하지만 황 감독은 선수 시절 혹사한 오른쪽 무릎에 아이싱을 하면서까지 걷기를 고집한다. "생각할 게 많아서"다.
강물이 흐르는 시골길을 따라 걸으며 올 시즌 팀을 어떻게 운영할까 구상한다는 황 감독은 "올해 우리 팀에 외국인 선수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렇다고 목표를 낮게 잡은 건 아니다. 황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정상과 FA컵 2연패도 염두에 두고 있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소리를 듣기 딱 좋다. 하지만 황 감독은 신선한 도전이라며 자신만만하다. "거액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려면 우리 선수들 중 몇 명을 포기해야 하는데 도저히 그럴 수 없다. 또 최근 외국인 선수로 재미를 본 적도 없다"고 답한 황 감독은 "우리는 특정 스타에 의존하는 팀이 아니다. 우리의 장점인 조직력을 살리고 템포축구를 제대로 구사하면 국내 선수들만으로도 국내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서는 황 감독이 냉정해져야한다. 포항은 평균 연령이 25세에 불과한 팀이다. 감독이 흥분하면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긴장해 경기를 망치기 십상이다. "우리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쫓기면 경기를 제대로 못 풀어 나간다. 내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도 내색하지 않고 기다리면 결국 해내는 게 우리 선수들"이라며 선수들에 대한 기대감을 보인 황 감독은 지난 시즌 신인왕을 차지한 이명주(23), 고무열(23), 조찬호(27) 등에 주목하고 있다.
"경기에서 실수를 해도 고개를 들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 줬으면 좋겠다. 우리 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패기와 근성"이라며 웃은 황 감독의 꿈이 터키에서 영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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