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을 방불케하는 경기였다. 열의에 넘친 상대팀의 기세에 연습경기라기보다 설욕전에 가까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전지훈련을 떠난 포항 스틸러스의 연습경기가 그랬다.
포항은 6일(한국시간)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FK 야고디나와 연습경기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 끝에 0-0으로 비겼다. 포항은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 중 치른 연습경기에서 3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세르비아 1부 리그에서 3위에 오른 야고디나는 일찌감치 몸을 푼 뒤 라커룸으로 들어가 경기 시간이 임박해서야 그라운드에 나섰다. 연습경기의 경우 양 팀이 함께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다 경기 시간이 되면 킥오프하는 게 일반적이다. 야고디나는 포항 스틸러스를 꼭 꺾겠다고 전의를 다진 듯했다.

이유가 있었다. 세르비아 1부 리그 우승팀인 FK 파르티잔이 지난달 28일 연습경기서 포항에 1-3으로 완패하면서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세르비아 리그를 대표해 포항에 '설욕'하겠다는 각오가 만만치 않았다.
포항의 조직력과 야고디나의 개인기가 정면충돌했다. 양 팀 선수 모두 경기 초반부터 몸을 사리지 않고 뛰었다. 거친 태클과 신경전이 잇따랐다. 포항 선수들보다 키가 한 뼘 더 큰 야고디나 선수들은 몸싸움엔 자신 있다는 듯 저돌적으로 밀어붙였다. 야고디나는 역습에 능했다. 포한 진영에 허점이 생길 때마다 개인기를 앞세워 치고 들어왔다. 반면 포항은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서두르지 않았다. 장점인 허리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며 골 기회를 노렸다.
후반 들어 야고비나는 선수들을 교체해 가며 더 거세게 몰아붙였다. 야고비나의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이 이어졌지만 신화용 골키퍼가 선방으로 막아냈다. 결국 야고비나는 끝내 포항 골문을 열지 못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경기 후 "우리는 공격 조합을 찾기 위해 주전과 백업 멤버를 섞어 출전시켰다. 그런데 상대 팀은 주전들을 내보낸 것 같다. 이기려고 하는 게 눈에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안탈리아로 연수를 온 폴란드 심판 100여 명이 경기장을 찾아 포항-야고디나전을 지켜봤다. 한 심판은 포항의 플레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경기를 풀어 가는 테크닉이 뛰어나 인상적"이라고 대답했다. 또한 포항에 대해 "지난 시즌 순위는 어떻게 되냐" "한국 어느 리그 소속이냐"며 관심을 보였다.
costball@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