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진호, 이번 시즌에도 눈물 훔칠까?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3.02.06 10: 02

"올 시즌 5~6번은 울지 않을까요? 당장 개막전부터 울 것 같기도 한데…".
K리그 클래식 대구 FC 공격수 이진호(29)는 올 시즌에 흘릴 눈물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지난 시즌은 이진호에게 특별한 해였다. 2011시즌이 끝나고 이진호는 이적을 택했다. 군 복무 시절을 제외하고 7년간 뛴 울산 현대에선 설 곳이 없었다.
잊혀질까 하는 두려움과 살아야 한다는 집념으로 이진호는 대구 유니폼을 입었다.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지난 시즌 그는 39경기에 나와 9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최다 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경기장에서 흘린 감격의 눈물도 이진호의 지난해를 대표한다. 대구에서 이진호는 지난 시즌 세 번 울었다.

그는 정규리그 3라운드에서 시즌 마수걸이 골로 팀에 첫 승을 안긴 인천 전에서 처음 눈물 흘렸다. 골을 터뜨리지 못해도 그간 자신을 믿어준 모아시르 페레이라 전 감독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4라운드 친정팀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였다. 친정팀에 무엇인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그는 꼭 이기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90분간 경기에 뛰고서 1-0으로 승리했을 때 휘슬이 불자마자 이진호는 운동장에서 통곡했다. 3월 전북 현대와의 시즌 첫 원정 경기에서도 그는 또 눈물을 보였다.
후반 2분까지 0-2로 뒤지던 대구는 이날 경기에서 강호 전북을 상대로 3-2로 역전승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중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던 대구 선수들은 강호 전북을 잡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북받쳐 너나 할 것 없이 눈물을 터뜨렸다. 이진호도 예외는 아니었다. 축구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한 시즌에 세 번씩이나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더더욱 낯선 광경이다.
그러나 이진호가 흘린 세 차례 눈물은 팬들에겐 반갑다. 모두 기쁨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니라던 키 184㎝, 84㎏의 건장한 사내는 "남들보다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긴 하다"며 "느낀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이라서 부끄럽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를 묻자 이진호는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구체적인 수치로 목표를 제시했다가 달성하지 못하면 스스로 민망해질까 봐서다. 그러나 이진호는 올 시즌에 작년보다 많이 울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특히 올 시즌 개막전부터 친정팀인 울산과의 경기라 그때부터 감격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이진호는 "울산에는 섭섭하고 미안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 두 가지 다 있다"며 "당장 개막전부터 우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쑥스러운 듯이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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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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