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43) 수원 삼성 감독이 라돈치치(30) 길들이기에 들어갔다.
서정원 감독은 괌 전지 훈련 기간 중에 라돈치치를 따로 불러 "팀에 저해되는 행위에 대해서 강하게 질타하고 더이상 함께하지 않겠다" 선언을 했다. 라돈치치의 에이전트에게 다른 구단을 알아보라는 연락도 취했다. 정대세가 훈련에 합류한 뒤 서정원 감독은 스테보와 정대세를 집중 점검하며 라돈치치의 마음을 애타게 만들었다.
라돈치치로서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툭하면 아프다고 훈련 중 사이드라인을 벗어나 자율 휴식을 취하던 모습이 사라졌다. 1월 25일 괌 전훈을 마치고 이동할 때는 선수단 짐을 나르는 공동 작업에도 솔선수범해서 달려들었다. 예전의 라돈치치라면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서정원 감독은 "라돈치치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 모두에게 경고했다.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가 한 마음이 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수원은 2월 5일 J리그 시미즈와 연습경기를 했다. 연습경기 당일 아침 식사 때 라돈치치는 식사를 마친 후에도 서정원 감독 앞을 어슬렁거리며 출전시켜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이를 본 최성용 코치는 "라돈치치, 넌 5분도 못 뛸 것 같다"고 놀렸다. 그러면서 라돈치치와 코칭스태프 사이에 내기까지 이어졌다. 라돈치치가 골을 넣으면 코칭스태프가 아이스크림을 선수단에게 돌리는 내기였다. 골을 넣지 못하면 라돈치치가 아이스크림을 사야했다.
이날 저녁 서정원 감독은 아이스크림을 돌렸다. 홍철이 찬 프리킥이 상대팀 핸드볼 파울로 이어지며 페널티킥 찬스를 얻었고, 서 감독은 이를 라돈치치에게 맡겼다. 그동안 냉랭하게 대했던 라돈치치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내기에 진 서 감독이 아이스크림만 산 게 아니었다. 라돈치치의 마음도 함께 샀다. 라돈치치는 동료들에게 "이거 내 덕분으로 먹는건줄 알고 먹어라"라고 한국말로 소리쳤다. 선수단 모두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게 요즘 수원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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