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사용설명서’, 특이한 조합이 만들어낸 의외의 재미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02.06 11: 39

영화 ‘남자사용설명서’는 한마디로 특이한 조합이 만들어낸 의외의 결과물이다.
지난 4일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남자사용설명서’는 흔히 생각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뻔 한 결과물들과는 달랐다. 극 중 Dr.스왈스키로 분한 배우 박영규가 기자간담회에서 연발했던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는 정말 처음이다”라는 표현에 꼭 들어맞는 작품인 것.
기본적으로 영화는 ‘미운오리새끼 백조되기’ 공식을 따랐다. 그러나 특이한 캐스팅, 독창적인 연출과 편집은 의외의 재미와 신선함을 부여했다.

내용은 이렇다. 국민 흔녀라 일컬어지는 CF 조감독 최보나(이시영 분)는 감독 입봉을 꿈꾸며 5년간 육봉아 감독 밑에서 뼈 빠지게 일하지만 남자들의 인맥에 밀려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체불명의 ‘남자사용설명서’ 비디오테이프 세트를 구입한 후 한류 톱스타 이승재(오정세 분)의 구애를 받고 감독에 데뷔하는 등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기회들을 얻게 된다.
극 중 가장 안전해 보이는 캐스팅은 이시영이다. 몇 번의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했던 경험이 있는 데다 평소 복싱 선수로 활동할만큼 열정적이고 털털한 성격이 최보나 역에 제격이다. 반면 한류 톱스타 이승재 역에 오정세를 캐스팅한 것은 의외의 선택이자, 모험이라면 모험이랄 수 있는 결정이었다. 오랜 시간 영화계에서 단역으로 시작해 조연과 주연으로 활약하며 경력을 쌓아온 오정세지만 인지도가 낮은 그를 상업영화, 그것도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 주인공으로 선택하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정세는 100%를 넘어 200%의 공을 세웠다. 이시영이 평범한 여자의 성장기를 진정성 있게 그려내며 중심을 잡았다면 그는 관객들의 공감을 살만한 뛰어난 생활 코미디 연기로 영화의 웃음 축을 담당한 것. 예고편에도 나오듯 그는 톱스타 역임에도 옷을 발가벗고 난간에 매달리거나, 가차 없이 뺨을 맞거나, 최보나(이시영 분)의 마음을 사로잡는답시고 페로몬 향수를 뿌려 동물들의 구애를 받는 등 몸을 바친 연기를 선보인다. 이러한 진지한 듯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웃음을 만들어내는 오정세의 코미디 연기는 영화를 보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연출을 맡은 이원석 감독은 영화 관련 행사에서 종종 ‘B급 무비를 표방한다’며 영화에 대해 설명했다. 그만큼 영화 속에는 80년대 비디오 영화를 연상케 하는 현란한 CG와 틀을 깨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특히 극 중 Dr.스왈스키가 나오는 신들에 그런 장면이 많다. 시도 때도 없이 요지경 속 같은 현란한 CG배경에 서서 최보나를 위한 연애 강의를 하는 그의 모습은 너무 엉뚱해 폭소를 자아낸다. 
사실 로맨틱 코미디는 어떻게 보면 굳어진 공식으로 장르화 된 분야다. 화려한 캐스팅에 근사한 설정이면 중간은 갈 수도 있다. 그러나 평범하려면 한없이 평범할 수 있었던 ‘남자사용설명서’는 특이한 캐스팅, 감독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의 조합으로 이리 저리 거침없이 달려 나가는 신선함을 갖춘 작품으로 완성됐다. 오는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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