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말년에 ㅇㅇ라니…."
tvN 군대 시트콤 ‘푸른거탑’을 보는 시청자 중에서 이 대사를 놓친 이는 없을 것이다. 누가 봐도 말년 병장의 모습을 한 최종훈이 한 시간 내내 외치는 말이 바로 이 '젠장' 과 '말년에'로 시작하는 고독한 읊조림이기 때문이다. 입꼬리를 바닥까지 떨구고 목살을 한껏 턱까지 끌어올린 만화 같은 표정은 최종훈이기에 가능한 설정이다.
"따로 연습한 건 없는데 주변 분들이 그러시더라고요. ‘정말 말년 병장은 너처럼 다 그렇다’라고.(웃음) 제가 군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캐릭터가 어떻게 행동할까는 대본을 보면서 많이 생각해요. 감독님, 현장 동료들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방향을 정하기도 하고, 어떻게 연기해야되겠다는 설정도 하고요."

말년 병장의 포스를 아낌없이 뿜어내려다 보니 그의 연기에는 과장된 표정이 늘 수반된다. 어떻게 보면 최종훈이라는 배우가 가진 선 굵은 외모가 가려지고 있는 셈. "어차피 못 생긴 외모기 때문에 아쉬울 것도 없다"고 쿨하게 말하는 최종훈은 일그러진 표정이라도 "그 모습을 봐주는 시청자의 존재가 더 큰 행복"이라고 소탈하게 웃었다.
"시술을 받는 것도 없고 하다 못해 스킨 케어를 받은 적도 없어요. 개성을 유지하면서 가고 싶다는 생각이거든요. 지금은 군인으로 출연하니까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나중에 다른 작품 할 때는 신경 써야겠죠. 더러워 보이면 안되니까요.(웃음)"

"연기 참 잘하더라." 최종훈의 모습을 본 이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다. 본격적으로 연기자 선언을 한 지 고작 1년. 브라운관에 녹아든 그의 모습은 1년이라는 시간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천성으로 비쳤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고등학교 시절, 영화 '투캅스'에 나온 박중훈의 모습에 한 대 맞은 듯 감격했던 학생 최종훈을 떠올린다면 오늘 날 그의 모습은 자연스럽다.
"연기가 하고 싶었어요. 그 결심을 한 게 ‘투캅스’에 나온 박중훈 선배님 모습을 보면서 였거든요. 정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능청스럽지만 가볍지 않은 모습, 정말 큰 영향을 줬어요, 그 시절의 저에게. 대학 입시 때 연기 관련 학과에 원서를 넣었는데 낙방했었거든요. 그 때 밑바닥을 하더라도 연기적인 요소를 갖추고, 연기를 갖추고 그 다음에 인정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선 이 쪽에 뛰어 들었죠."
데뷔 나이가 점점 어려지는 연예계에서는 20살 넘긴 배우에게도 늦었다는 눈총이 따라 붙는 경우가 왕왕 있다. 30을 훌쩍 넘긴 나이에 신인 배우라는 타이틀을 달았으니 최종훈이라는 사람이 가진 조바심과 불안함은 오죽할까 싶지만, 의외로 최종훈은 일이 잘 되고 안 되는 것을 모두 자신의 노력으로 돌리는 절대 긍정의 힘을 가졌다.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 넣어야 할 것 같아요. 내가 더 열심히 하려고 하고 진실성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다면 다들 좋게 봐주시지 않을까요. 처음엔 부모님께서 제가 이 쪽 일 하는 걸 많이 반대하셨어요. 평범하게 직장 생활 했으면 좋겠다 하셨죠. 목표한 바가 있어서 이해해 달라고 말씀드렸고 이제는 누구보다 큰 지원군이 돼주세요."

최종훈에게 고마운 사람은 비단, 부모님만이 아니다. '푸른거탑'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감독과 작가, 고생스럽지만 현장에서 전우애만큼 뜨거운 동료애를 쌓은 출연 배우들,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까지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어야겠죠?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여러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갈 길이 멀었다고 말해요. 아버지가 항상 그러셨어요. '네가 뭘하든 잘 되는 것보다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요. 극이 크고 작은 건 중요하지 않아요.(웃음) 나중에 신스틸러라는 말을 듣는다면? 제 인생 최고의 극찬이 될 것 같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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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