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불편하지만 심장이 쫄깃해진다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3.02.06 18: 53

영화 ‘신세계’(감독 박훈정)는 134분간의 러닝타임 내내 불편함과 심장이 쫄깃해지는 기분을 동시에 선사한다.
국내 연기파 배우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가 연기호흡을 맞춰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신세계’가 6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그 베일을 벗었다. ‘신세계’는 대한민국 최대 범죄조직 골드문에 잠입한 형사 그리고 그를 둘러싼 경찰과 조직이라는 세 남자 사이의 음모, 의리, 배신의 범죄 드라마.
영화 속 남자들의 세계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거칠고 잔혹했지만 더욱 놀라웠던 건 세 배우가 스크린을 압도하는 진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연기대결을 펼치는 장면들이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긴장의 연속이었다. 한마디로 불편하면서 즐거운 영화였다.

배우들의 연기를 말하기에 앞서 ‘신세계’가 그리고 있는 범죄조직의 대규모 격투신은 ‘헉’ 소리가 날 만큼, 일부 관객들은 눈을 가릴 만큼 잔인하고 거대해 점차 빨라지는 자신의 심장박동을 느낄 수 있다.
‘신세계’에도 그간 조폭영화에서 단골손님으로 등장한 쇠파이프와 칼, 야구 방망이가 나왔지만 진부함을 느낄 틈이 없을 정도였다.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강력해진 범죄조직을 컨트롤한다는 목표의 정의로움을 믿고 음모와 배후 조종이라는 악인의 수단을 선택하는 강과장 역의 최민식과 조직의 1인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형제애와 의리라는 정의로운 수단으로 관철시키고자 하는 조직의 2인자 정청 역의 황정민, 이들 사이의 위험한 경계선에 있는 자성 역의 이정재의 조합은 ‘신세계’를 완벽한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세 배우의 연기대결은 절로 미소가 지어질 만큼 즐거웠다. 이정재, 황정민보다 더욱 악랄한 최민식의 연기는 영화에 무게감을 더했고 황정민은 한없이 무거울 수 있는 극의 한가운데서 유쾌함과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흐름을 바꿨다. 특히 황정민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내뱉는 욕설은 간간이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이정재는 경찰과 조폭 사이를 오가는 연기의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걱정과 달리 경계선 위의 연기는 혀를 내두르게 했다. 한껏 자제한 무표정 속에 잠깐씩 스쳐 지나가는 미세한 표정 변화와 떨림, 자유자재 안면연기는 소름 끼치게 했다.
영화 ‘부당거래’와 ‘악마를 보았다’에서 촘촘하면서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보여줬던 작가 출신 박훈정 감독의 과감한 도전과 세 배우의 새로운 변신이 관객들에게 신세계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1일 개봉.
kangsj@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