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감독이 '한화 무한도전'에 푹 빠진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2.07 06: 27

"한마디로 재미있어. 재미있잖아". 
한화 김응룡(72) 감독은 의심의 여지없이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명장이다. 1983~2004년 22년간 해태와 삼성을 이끌며 무려 10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1986~1989년 프로야구 사상 유일의 4연패를 달성했고, 2002년에는 삼성에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안겼다. 2004년 말에는 삼성 야구단 사장에 취임하며 야구인 최초로 CEO 자리까지 올랐다. 
더 이상 이룰 게 없어 보였던 김 감독이 지난해 10월 한화 감독으로 현장에 깜짝 복귀했다.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령 감독이라는 기록까지 썼다. 감독을 그만둔 뒤 8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공백은 큰 의미없었다. 김 감독은 "일본의 니혼햄 감독이 20년 만에 현장으로 와서 우승했다. 그에 비해 8년은 아무 것도 아니다"고 일축했다. 

니혼햄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1990년 현역 은퇴 후 20년간 지도자가 아닌 해설·평론가 등으로 활동하다 2011년 말 니혼햄 감독으로 전격 발탁됐다. 에이스 다르빗슈 유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했지만 구리야마 감독은 니혼햄을 퍼시픽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구리야마 감독에 비해 김 감독은 8년 공백이 크지 않다고 자신한다. 
한화 사령탑은 김 감독 야구인생 최대의 도전이다. 한화는 지난 2008년부터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4년간 3차례 최하위에 그치며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 해태와 삼성 등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강팀을 맡은 김 감독에게 한화라는 팀은 또 하나의 넘어야 할 산이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김 감독은 "한마디로 재미있다. 여러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늘었다. 좋은 선수들이 보인다. 충분히 해볼 만하다"며 "강팀을 우승시키는 것도 좋지만 약팀을 끌어올려 우승하면 더 재밌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 스스로도 한화라는 팀이 하나의 큰 도전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고 그것을 즐기기 시작한 모습이다. 
김 감독은 명실상부한 최고의 명장이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선수들의 덕을 봤다'는 평가도 없지 않았다. 물론 좋은 선수들을 갖고 우승한다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해태부터 삼성까지 일류 선수들이 갖춰진 건 사실이다. 선동렬과 김성한이 떠난 뒤에도 해태에는 이종범·이대진·임창용 등 스타들이 계속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한화는 다르다. 중심타자 김태균을 제외하면 슈퍼스타가 없다. 오히려 류현진·박찬호·장성호 등 주축 선수들이 모조리 빠져나갔다. 외부 보강도 전무했다. 자칫 그동안 쌓아온 명예가 흔들릴 수 있는 열악한 상황. 하지만 김 감독은 "그 선수들이 있어도 꼴찌인데 없는 대로 한번 해봐야지. 오히려 없는 게 더 낫다"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김 감독의 목표는 명확하다. "간단하다. 4강에 들어야 한다. 다른팀이 어떤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잘해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의 말이다. 김 감독은 올해 어느 정도 팀의 기반을 다진 뒤 내년 시즌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이다. 김 감독이 무너진 한화마저 일으켜 세운다면 그 어떤 찬사로도 모자랄 것이다. 김 감독의 무한 도전이 시작됐다. 
waw@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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