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침묵 부른 불안한 수비'...한국 축구 현주소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3.02.07 01: 09

밝고 어두운 상반된 양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향하는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크로아티아전은 값진 수확이었다.
한국은 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서 끝난 크로아티아와 평가전에서 0-2로 완패했다. 전반에만 만주키치와 스르나에게 2골을 헌납해 승부가 기울었고 후반 옐라비치와 페트리치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A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최강희 감독은 이날 경기에 대해 "한국축구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경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젊은 유럽파들이 얼마나 큰 활약을 펼칠지가 중요하다. 최종예선은 다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냉정하게 경기를 평가하겠다는 뜻이 담긴 말이었다.

최 감독의 말대로 이날 한국 축구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났다. 불안한 수비가 문제였다. 한마디로 우왕좌왕했다. 수비 지역에서 볼을 돌리는 것부터 위치 선정, 마크 미스 등 좋지 않은 부분을 쏟아냈다. 상대 공격 스피드에 밀렸고 세트플레이 상황에서는 상대 공격수를 놓치기 일쑤였다.
전반 31분 프리킥으로 내준 선제 실점 장면은 신형민이 만주키치를 놓친 것이 컸다. 분데스리가 득점 선두 만주키치는 별다른 저항 없이 헤딩으로 득점했다. 스르나의 추가골은 최재수가 주춤하는 바람에 어이없이 내줬다. 라키티치가 왼쪽으로 침투하자 순간 중심이 왼쪽으로 쏠렸고 베테랑 스르나는 여유있게 오른발로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후반도 마찬가지. 이정수 대신 새롭게 투입된 정인환은 옐라비치를 막아내지 못했고 주장 곽태휘는 페트리치에게 정성룡과 맞서는 상황을 허락하고 말았다.
이는 결국 활발하던 공격진의 흐름에 균열을 초래했다. 손흥민, 이청용, 구자철, 기성용이 중원부터 상대 페널티박스까지 맹렬하게 움직였고 지동원까지 이에 합류하면서 크로아티아의 수비진을 두드렸다. 특히 볼 컨트롤에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과감한 슈팅을 선보였고 최재수, 신형민의 과감한 오버래핑으로 공격라인은 두터워 보였다.
하지만 2골을 내주면서 공격진에 불안감을 안겼다. 패스 미스가 잦아졌고 역습 상황이 계속됐다. 상대를 위협하고 압박해가던 모습보다는 추가골을 내주지 않기 위해 수비에 더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후반에도 마찬가지. 교체 투입된 김보경을 비롯해 이동국, 박주영, 이승기 등이 상대 수비진에 위협을 가했지만 역시 추가골을 내주면서 위축됐다.
상대가 세계랭킹 10위의 크로아티아라는 워낙 강팀이었다는 점에서 수비 불안이 가져 온 결과는 처참했다. 물론 공격진 역시 골 결정력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노출했다. 하지만 목표가 월드컵 본선 진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8강 이상의 결과를 생각한다면 수비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최강희 감독은 "최종예선은 분명 내일 경기와 다르게 진행된다. 다른 스타일의 경기를 해야 한다. 크로아티아에 대한 준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종예선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축구의 현주소 정확히 말하면 수비의 현실을 받아들인 최강희 감독은 과연 오는 3월 26일 열릴 카타르와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어떤 수비라인을 펼쳐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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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영국)=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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