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투지' 최철순(26)은 짧게 깎은 머리를 매만지며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쌀쌀한 공기와 착 가라앉은 분위기, 후반 27분 스코어는 0-3이었고 경기는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최철순에게는 아무 상관 없었다. 그는 자신의 별명처럼 투지를 활활 불태우며 크로아티아 선수들에게 달려들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서 끝난 크로아티아와 평가전에서 0-4로 완패했다. 오는 3월 열리는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 카타르와 경기를 앞두고 최종 점검의 의미가 깊었던 이날 경기서 완패를 당한 최강희호는 또다시 산적한 과제만을 남기게 됐다.
전반 중반까지만 해도 점유율에서 앞서며 선제골을 노려봤지만 상대는 역시 동유럽의 강호였다. 전반 32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터진 마리오 만주키치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다리오 스르나(전반 40분) 니키차 옐라비치(후반 11분)가 연달아 골을 터뜨리며 0-3으로 앞서나갔다.

최철순은 패색이 짙었던 후반 27분 신광훈과 교체돼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세 골 차에 남은 시간은 불과 18분. 패배를 예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철순은 그라운드에 들어선 순간부터 특유의 악바리 기질을 발휘했다. 크로아티아 선수들을 끈질기게 따라붙어 공을 빼앗고 날카로운 크로스까지 올리며 대표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지난 30일 출국 당시 "수비수인 만큼 측면 공격수들이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도록 끈질긴 수비를 하겠다"던 최철순은 자신의 각오를 그라운드에 쏟아냈다. 비록 경기서는 완패했지만 패색 짙은 후반 투입에도 불구하고 만회골을 위해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준 최철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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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영국)=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