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사이판 악연'…2년 연속 부상 왜?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2.07 06: 19

롯데 자이언츠가 1차 전지훈련이었던 사이판 캠프를 마치고 6일 귀국했다. 우완 박시영과 내야수 황진수는 2차 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에 합류하지 못했고, 대신 우완 이상화와 포수 김준태가 전지훈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시진 감독은 사이판 캠프에서 선수들의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따뜻한 곳인 사이판에서 최대한 많은 양의 운동을 소화해야만 실전 위주의 훈련이 진행될 가고시마 캠프에서 훈련 성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김 감독은 예년보다 많은 양의 훈련을 실시했고, 이는 고참이라고 예외가 없었다.
지난해 주장 김사율은 "감독님은 나이가 많은 선수라고 훈련을 덜 하도록 하는 일이 없었다. 그게 달라진 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김 감독은 올 시즌 포지션 경쟁을 하는 선수끼리 한 조로 묶어 함께 훈련을 하도록 해 선수들간의 경쟁심을 극대화시켰다. 때문에 김 감독은 '젠틀한 독종'이라는 별명을 새로 얻었다.

얻은 것도 많은 사이판 캠프지만 롯데는 두 명의 주전선수가 부상으로 중도귀국하는 아픔을 겪었다. 김 감독은 "롯데를 선발 왕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선발진이 갖춰져야만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고 캠프 도중 밝혔지만 선발 요원으로 분류되던 우완 이용훈과 새 외국인투수 우완 스캇 리치몬드가 부상으로 낙마했다.
이용훈은 사이판 마리아나 구장 주변에서 러닝을 하다 미끄러져 오른쪽 발목을 접질렸다. 단순 염좌로 심각한 증상은 아니었지만 러닝이 힘들 정도라 결국 지난달 28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또한 리치몬드는 팀 합류 후 첫 훈련이 있었던 29일 수비훈련을 하고 난 뒤 마운드를 내려오다 미끄러져 왼쪽 무릎에 부상을 입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리치몬드는 검진 결과 무릎연골에 손상을 입은 것으로 밝혀졌고, 현재는 재검진을 위해 미국으로 간 상태다.
이처럼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롯데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실전훈련에 돌입하기 전 몸을 만들기 위해 찾은 사이판이지만 선발 후보 두 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용훈은 개막전까지 몸을 만드는데 큰 문제가 없지만 리치몬드는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사실 롯데는 지난 해에도 사이판에서 핵심전력이 부상을 당했으니 바로 정대현이다. 정대현은 마찬가지로 마리아나 구장에서 러닝을 하던 도중 미끄러져 왼쪽 무릎에 부상을 입었었다. 수술을 받은 정대현은 8월에야 복귀가 가능했다. 롯데는 2년 연속 핵심 전력이 사이판에서 부상을 당했으니 이쯤 되면 악연이라고 할 만하다.
사이판은 프로야구 전지훈련지로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겨울에도 30도 안팎의 최고기온으로 따뜻하고 한국과 시차도 1시간밖에 나지 않아 선수들이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비행기로 4시간이면 도착하기에 거리상으로도 큰 부담이 없다. 때문에 올해 사이판에는 롯데와 LG가 찾아 훈련을 소화했다. 사이판에 리조트를 보유한 한화도 원했지만 현지에는 야구장에 두 개 뿐이라 무산됐다.
그렇지만 야구장 사정은 좋지 않은 편이다. 롯데가 훈련을 진행한 마리아나 구장은 근처 리조트가 소유하고 있는데 평소에는 경기가 잘 없기에 관리가 잘 안 된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하는 법. 결국 롯데 구단 직원들이 구장관리에 힘을 쏟는다. LG가 사용한 수수페 구장도 크게 사정은 다르지 않다. 선발대로 파견된 구단 직원이 며칠동안 그라운드의 모래를 뒤엎고 다져 훈련을 소화할 정도로 만들었다.
이용훈과 리치몬드의 부상이 현지 구장 사정때문만은 아니지만 영향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 구단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선수들이 훈련할 때 더 조심하게 된다고 하더라. 이 정도만 해도 그라운드 사정이 많이 좋아진 것"이라고 말한다. 최적의 환경을 갖춘 사이판이지만 아직 야구 인프라는 부족한 실정. 롯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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