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표이사, ‘위기론’ 강조하며 퇴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2.07 06: 29

SK라는 배를 8년 동안 이끌었던 수장의 마지막 외침은 ‘위기론’이었다. 결론적으로 그 외침은 직면한 위기를 잘 헤쳐 나가라는 당부가 됐다.
SK는 7일 신임 대표이사에 임원일(54) SK브로드밴드 마케팅부문장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임 신임 대표이사는 그룹 주력사인 SK텔레콤의 수도권마케팅본부장, PS&마케팅 대표이사, SK브로드밴드 마케팅부문장을 거쳐 야구단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SK그룹 내 관계자는 “1월 중순부터 와이번스 대표이사직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었고 이번에 그룹 계열사 인사와 함께 단행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5년 3월 SK 야구단 대표이사에 취임해 8년 가까이 팀을 이끌었던 신영철(58) 대표이사는 어깨의 짐을 내려놓게 됐다. 신 대표이사는 취임 후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비롯,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전무후무한 금자탑을 설계하며 팀의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혔다. 이에 관중도 급격하게 증가해 지난해에는 인천 연고 프로야구팀으로는 최초로 단일 시즌 100만 관중 시대에 돌입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스포테인먼트를 시작으로 그린스포츠, 에듀스포테인먼트, 터치 캠페인 등 신개념 활동들을 입안하고 추진함으로써 야구 내적인 요소에 집착했던 그간의 경영 방식에 큰 바람을 불어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SQ프로그램의 경우 최근 교육계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는 등 야구단의 활동 범위를 넓히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런 신 대표이사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위기론과 초심이었다. 올해 구단 시무식에서의 강경 발언이 상징적이다. 신 대표이사는 대개 덕담 위주로 흘러가는 시무식에서 “8년 동안 이 팀에 있었는데 올해가 가장 큰 위기라고 생각한다. 야구계 전체가 어수선하고 우리도 안주하고 있다. 이렇게 느슨할 수가 없다”라며 작심한 듯 선수단과 프런트에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러면서 신 대표이사는 “초심으로 돌아가자”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관계자들은 이런 신 대표이사의 발언이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마케팅적 성과로 인해 생긴 매너리즘을 경계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10구단 체제가 확정되고 KT의 수원 입성이 가시화됨에 따라 구단 운영 환경에도 큰 지각변동이 예고됨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었다. 다만 이번 인사에서 물러남으로서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하기는 어려워졌다. 남은 구성원들이 이 숙제를 잘 풀어나갈 수 있을지 그 행보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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